[문화톡톡] 장소의 역사성, 보존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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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돼 제 기능을 잃은 건축물의 역사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대전시에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옛 충남도청사와 대전부청사, 그리고 소제동 일대 철도청관사촌을 예로 들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소수의 저택이 철거될 뿐이었지만, 1955년에 이르면 그 속도가 5일에 한 채씩 사라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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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돼 제 기능을 잃은 건축물의 역사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대전시에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옛 충남도청사와 대전부청사, 그리고 소제동 일대 철도청관사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장소들은 수 년에 걸쳐 보존과 철거의 기로에서 진통을 겪어 왔다. 근대 문화유산이면서도, 동시에 청산해야 할 일제 식민의 잔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공간을 두고 실리를 취하려는 개발 논리 또한 팽배하다. 이처럼 복잡한 층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20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컨트리하우스 보전 운동이 유용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영국의 컨트리하우스란 단순한 시골집이 아니라 귀족계층의 대형 저택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주 귀족들이 사유지에 세운 거주지로서 이들이 토지를 기반으로 누리는 특권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컨트리하우스는 전통적으로 지역사회의 기반이자 정치 권력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실내외 장식을 통해서 가문의 권세를 과시하는 전시장으로 기능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말부터 컨트리하우스의 가치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부와 특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고, 현대식 건축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컨트리하우스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차대전 이후 찾아온 극심한 경제적 위기로 인해 더이상 컨트리하우스를 운영 및 유지할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한 귀족들은 저택을 매각하거나 허물어 버리고 만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소수의 저택이 철거될 뿐이었지만, 1955년에 이르면 그 속도가 5일에 한 채씩 사라질 정도였다. 수 세기에 걸쳐 지켜온 영국 고유의 주요 건축 문화가 이대로 흩어지는 듯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즉 국민신탁운동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주도로 영국민들은 컨트리하우스를 보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모았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영국의 컨트리하우스 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바로 이러한 지원 사업 덕분에 철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명백히 귀족 가문의 사적 자산이었던 컨트리하우스가 오늘날 영국을 대표하는 국가문화유산으로 보호받으며 연간 65만 명 이상의 관광객(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을 유치하는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운영될 수 있는 데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자리한다.
대전시에 방치돼 있는 수많은 근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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