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환자 받아달라" 전화 하루 수십 통…'포화 상태' 응급실
'응급실 뺑뺑이'라고도 하죠. 응급처치가 필요한 위급한 환자들이 받아주는 병원 응급실을 찾지 못해서 구급차를 탄 채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을 자조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무너져 내린 우리 응급체계의 현실이 그대로 담긴 말이기도 합니다.
대체 응급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먼저 이예원 기자가 밤샘 취재를 해봤습니다.
[기자]
늦은 밤에도 환한 이곳은 한 응급실입니다.
경기도의 상급종합병원인 이곳엔 매일 많은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20년차 응급의학과 전문의 김호중씨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로 눈 코 뜰 새 없습니다.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앞서 근무한 응급의학 전문의가) 저한테 인계하고 가는 거예요. 제가 이 전화를 이제 밤새 받는 거죠. '저 사람 전화 교환원이야?' 이런 생각 들 거예요.]
구급대와 병원들로부터 환자를 받아달라는 연락이 계속 오기 때문입니다.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요양병원, '02(서울)'도 보이시죠? 전혀 환자가 어레인지(배정) 안 되니까 이쪽까지 연락해서…]
응급의학과 의사 세 명이 밤새 밀려드는 모든 환자를 돌봅니다.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간경화 부작용이 있으셔서 멍이 많이 있죠. 이 환자는 계속 누군가는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찰과상을 입은 경증 환자부터 호흡 곤란인 중증 환자까지 응급실은 늘 '포화 상태'입니다.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CT 한번 켜줘볼래? 폐가 하얗게 염증이 꽉 깔려 있는 호흡하기 힘드신 상태. 입원장이 나 있는데 (대학병원) 병실이 없어서 못 가는 거야.]
병상은 없는데 아픈 어린이들은 되돌려 보낼 수 없습니다.
[김윤희/7세 아동 보호자 : 택시 타고 왔어요. (동네는) 이제 소아 안 본다고 그래서. 소아 의사 없다고.]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집에 갈 거예요!} 집에 갈 거야? 주사 맞고 가야지. 지금은 (소아과) 전공의가 없다 보니까 응급의학 의사들이 어떻게든 커버하고 있어요.]
어느덧 새벽 3시입니다.
응급실에는 언제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의료진이 분주하게 상황을 살피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사명감으로 버티지만, 이젠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합니다.
[김호중/응급의학과 전문의 : 사명감으로 버틴 건데 이걸 정말 모르죠. 아무도 응급실에 내려오고 싶어 하지 않아요. 후배들한테 '응급의학 해'라는 말이 이젠 잘 안 나와요.]
◆ 관련 기사
벼랑 끝 응급의료체계…전문의들 '썰물'에 업무부담 '밀물'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3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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