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6세 고시' 아시나요?
"삼수에, 대학교 4년에, 고시 공부한답시고 신림동 쪽방에서 4년에, 왜 검사 배지 단 줄 알아? 너 같은 XX들 합법적으로 까려고."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검사가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과 손잡고 복수한다는 이 영화의 대사처럼 젊은 날, 고시에 합격하느냐 좌절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향방이 갈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혹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6살에 고시를 치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영유.' 그러니까 영어 유치원 졸업이 다가올 무렵인 매년 10월이 되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선 유명 초등 영어학원에 보내기 위한 소위 '레테(레벨 테스트)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 시험이 난도가 갈수록 높아져 '6세 고시'란 말까지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기저귀를 막 뗀3~5세 유아들이 레벨 테스트를 거쳐 유명 영어 유치원에 합격하는 걸 조선시대 과거 1차 시험에 빗대 '초시',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 또다시 영어 학원 입학을 위해 2번째 관문에 도전하는 걸 '고시'라 부르는 거죠.
"초등학교 5학년이 하는 영어를 보고, 제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못 풀겠더라고요."
통역 없이 해외 순방을 다닐 정도로 영어에 능숙한 하버드대 박사에, 주미대사까지 거친 한 총리가 얼마 전 한숨을 쉬며 한 말입니다.
영어 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75만 원으로 의대 등록금보다 비싼데도, 저출생 영향으로 사립 유치원이 20% 줄어들 때, 영어 유치원은 70%나 는 이유는 뭘까요.
영어만 보면 초등학교 교육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영어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못 쓰게 단속하겠다, 학원비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이름은 바꾸면 되는 거죠.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구글의 기업 정신입니다.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달을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아예 달에 갈 탐사선을 만들겠다.' 같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이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왔음을 정작 우리 부모들은 모르나 봅니다.
그러니 통역기기의 발달로 곧 어쩌면 필요 없어질지도 모르는 외국어에만 능통한 아이를 만들려고 저렇게 애쓰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6세 고시' 아시나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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