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은 밥값 안 내리나요?” 가격 인하 소식에 자영업자 한숨만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7. 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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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 가격인하에 “식당도 내려라”
자영업자 10명 중 4명 “3년 내 폐업”
원재료비·인건비·관리비 모두 올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서울 10개 지역의 음식점 10곳의 대표적인 냉면 가격을 조사한 결과, 냉면값은 지난해보다는 7%, 2018년보다는 29.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손님이 계산하시려다가 화를 내시더라고요. 왜 식당은 가격을 낮추지 않느냐는 거죠.”

서울 강남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지난 주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식품업계 대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발표한 뒤 왜 식당에서는 소비자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느냐는 요구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3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압박에 식품업계와 유통기업들이 지난 1일부로 소비자가격을 조정한 뒤 식당가에서도 가격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가루 등 일부 원재룟값이 하락하자 소비자들이 식당가 가격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 중이라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한식집 겸 주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B씨는 식품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하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달 29일 손님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원재룟값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은데 손님들이 너무 재료비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B씨는 항변했다.

B씨는 “식당은 원재룟값이나 관리비 등이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매번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그래서 한 번에 몰아서 가격을 올린다. 뒤집어 생각하면 내리려도 마찬가지”라며 “밀가루값만 내렸지, 다른 재료비는 모두 올랐다. 인건비와 월세도 있다”고 토로했다.

B씨 외에 자영업자들도 밀가루·라면 등 일부 먹거리 가격이 하향됐다고 대표 메뉴의 가격을 조정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식자재가 많은 데다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7.17로 전월보다 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도 크게 올랐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도 2배 넘게 웃돌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 5월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평균 28.4% 뛰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이 가장 심했던 건 라면(13.1%)이었지만 ▲잼(35.5%) ▲식초(31.8%) ▲물엿(22.7%) ▲맛살(22.1%) ▲치즈(21.9%) ▲어묵(19.7%) ▲파스타면(19.6%) ▲드레싱(18.0%) ▲초콜릿(18.8%) ▲당면(16.9%) ▲부침가루(16.4%) 등의 값이 모두 올랐다.

또 팬데믹 기간 외식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이미 누적된 손실을 메우는 데 급급하단 지적도 있다. 10명 중 4명이 3년 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전망이 어두워 소비자가격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는 답변이 63.4%에 달했다. 또 40.8%는 3년 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설문에서 자영업자들은 올해 가장 부담이 큰 경영비용 증가 항목으로 원자재·재료비(20.9%)를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인건비(20.0%)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18.2%), 임차료(14.2%) 순으로 집계됐다. 매출 부진에도 대출이자 상환 등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비 부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연일 높아지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수익성 저조로 식당가 소비자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노동계가 논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대기업들도 영업 부진을 우려해 대체로 주력 상품을 제외하고 가격을 내렸다”며 “주력 상품과 비주력 상품에 따로 구분이 있지 않고, 기업 대비 운영 규모도 작은 식당들이 소비자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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