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김식(金埴) ‘우도(牛圖)’

경기일보 2023. 7. 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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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면서 생동감 있게 ‘수묵의 진수’

‘우도’는 조선 중기 소 그림의 대가인 김식의 대표작 중 하나로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를 그린 김시의 손자이다. 그는 가법을 이어 산수, 인물, 영모 등에 능통하여 인조 13년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 어진 제작에 참여했다. 김식은 소 그림이 특히 뛰어나 명성을 얻었고 그가 묘사한 소는 조선 중기의 전형이 됐다.

김식의 화풍은 할아버지 김시가 유행을 이끈 절파화풍과 영모화풍을 토대로 간결한 산수를 곁들여 그렸다. 소재의 표현에는 윤곽선이 없는 몰골법이나 바탕에 물을 먼저 칠하고 마르기 전에 붓으로 그려 번지듯 칠하는 선염법 등을 구사하여 전반적으로 필법보다 묵법에 중점을 둔 특색 있는 화풍을 보여준다.

‘우도’를 보면 큰 나무 아래 그늘에서 송아지와 어미소의 평온한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송아지는 젖을 먹고 있으며, 어미소는 고개를 기울인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미 소는 뿔이 까맣고 길어 우리나라의 소가 아닌 중국 강남 지방의 물소임을 알 수 있다. 소의 몸은 선염법으로 음영으로만 간결하게 묘사하였고 눈에는 하얀 테두리를 그려 순박한 느낌을 준다. 또한 뿔과 꼬리털, 발굽 등을 농묵으로 표현하여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화면의 우측에는 몰골법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삼각형 모양의 산들이 있다.

‘우도’는 경물이 좌측에 집중되어 있고 우측에 여백을 두어 절파 특유의 변각 구도로 구성하였으며, 흑백의 대비와 인물 영모 등이 중심이 된 소경화인 점에서도 절파화풍의 특징이 드러난다. 또한 조선 초 ‘모견도’를 그린 이암의 화풍에서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정취가 느껴지는 영모화풍은 한국 영모화의 특징으로 ‘우도’에서도 서정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화풍을 통해 ‘우도’는 관서나 도인이 없지만 김식의 진작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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