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에도 ‘이념 잣대’…또 정치적 편가르기 부추기는 정부

권혁철 2023. 7. 3. 19: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보훈 정책에도 가져와 '이념 보훈'을 공식화한 것으로, 이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이념갈등과 정치적 편가르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과 보훈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좌익 활동을 했거나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되는 친북 활동을 했으면 독립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친일 행적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하면 독립유공자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3일 “가짜 독립유공자는 용납할 수 없다”며 독립유공자 공적을 재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북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다시 검증해 서훈을 박탈하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보훈 정책에도 가져와 ‘이념 보훈’을 공식화한 것으로, 이 방침이 현실화할 경우, 이념갈등과 정치적 편가르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민식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항일운동 했다고 무조건 오케이(OK)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서훈 적절성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훈부는 북한 정권 기여 등 친북 제외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필요하면 이미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에 대해서도 적절성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과 보훈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좌익 활동을 했거나 북한 정권에 도움이 되는 친북 활동을 했으면 독립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친일 행적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하면 독립유공자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친일 행적 논란으로 서훈이 취소됐거나 서훈을 받지 못한 이도 대한민국 건설에 기여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독립유공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보훈부의 공적 재검토 대상으로는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씨(조선공산당 활동 이력), 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전월선씨 사례(공적 진위 의혹) 등이 거론된다. 보훈부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을 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해서는 서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식 장관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죽산은 (이승만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며 토지개혁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광복 후 토지개혁에 성공한 쪽은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보훈부는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이런 방침을 설명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 움직임과 달리 독립유공자 인정 범위를 다시 좁히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역사학)는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만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까지 폭넓게 인정해 정통성을 넓혀왔다”며 “이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이 기본인데, 정부가 역사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 왜 북한의 움직임을 닮아가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가졌다고 역사를 난도질해선 안 된다”며 “(정부 방침은) 독립운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학계 움직임과도 다르다. 국민 분열적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