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보자니 아까웠어요” 인간과 AI의 조화, 현실로 다가오다[영상]
“저만 보기에 너무나 아까운 광경이었어요.”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의 인공지능(AI)과의 합동 공연, 사족보행로봇과 뇌파로 움직이는 드론의 로봇쇼, ‘노래하는 과학자’ 가수 박새별의 무대, 카이스트(KAIST) 응원단의 힘찬 오프닝 응원 무대까지.
무대에 오른 연사들도 하나 같이 최고의 강연자였다. 이광형 KAIST 총장, 안철수 국회의원,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정재승 KAIST 교수, 사토 요이치 틱톡 동북아시아 운영총괄,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등 각 분야의 명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열띤 강연을 이어갔다.
800여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은 체육관을 개조한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까운 광경이었다”는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올해로 7회째 맞는 국내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과학 행사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이 지난달 27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렸다.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3’은 헤럴드 창사 70주년·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을 기념해 최고의 강연자와 다채로운 공연으로 꾸며졌다.
이날 행사장엔 이른 시간부터 재계·학계·정계 주요 관계자는 물론, 직장인이나 학생 등까지 총 800여명에 이르는 참석자가 모여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가장 먼저 강연한 이광형 KAIST 총장은 “미래에선 AI가 주권이자 국력이 될 것”이라며 “인간이 AI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회의원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3대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융합 연구를 뒷받침할 법제화 ▷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 대응 ▷국가 리더십의 변화 등을 3대 주요 패러다임으로 꼽았다.
‘AI와 공존하는 가장 인간적인 미래’란 주제로 강연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AI 기술에 대한 인류의 책임감을 주요 화두로 꼽았다. 윤 사장은 “이제 미래를 얘기할 때 AI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가 됐지만, 여전히 AI는 편향성·중립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책임감 있게 AI를 다루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는 선천적 장애를 겪는 청소년에게 로봇팔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뇌파만으로 인간의 의도를 파악해 움직이는 로봇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에 직접 명령하거나 말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생각만 하고, 생각의 흐름이 변하면 그 뇌파가 실시간으로 로봇에 전달되고 행동하는 시대가 왔다”고 덧붙였다.
사토 요이치 틱톡 동북아시아 운영총괄은 ‘숏폼이 선도하는 콘텐츠의 시대’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가 국내강연에 나선 건 처음이다. 그는 ‘숏폼(짧은 형식의 영상)’ 형태 콘텐츠의 발전상과 미래를 설명하며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 민주화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대한민국 우주탐사 여정 시작됐다’라는 주제로 우주탐사의 역사와 미래를 풀어냈다. 황 박사는 “지금처럼 한국의 우주산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바로 지금이 한국 우주산업의 미래를 계획하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행사의 백미는 조수미의 공연 및 특별 강연이었다. 조수미는 이날 7명의 연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AI와 함께하는 첫 실험 무대를 선보이게 돼 정말 큰 영광이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학시절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을 소개한 그는 “이렇게 감정에 충실한 예술가로서 살아왔는데 언젠가는 AI도 인간의 감정까지 이해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강연에 이어 시작된 공연에선 AI가 피아노 반주를 담당했다. 사람 연주 없이 자동으로 피아노 건반이 움직였고, 이 모습에 관객들도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은 가수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부를 때 최고조에 달했다. 이 공연에선 AI 아바타까지 등장했다. 조수미의 음성 데이터를 기초로 AI의 가창 합성기술을 적용, 목소리를 구현했다. 조수미는 AI 아바타와 함께 노래를 합창했다.
행사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호흡 하나하나까지 숨죽이며 지켜봤다. AI와의 협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조수미는 “인간과 AI가 조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향한 하나의 실험무대”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수미의 세계 최초 AI와의 합동 공연 외에 ‘노래하는 과학자’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박새별의 공연도 관객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졌다. 루프 스테이션이라는 악기를 활용해 한 소절씩 음정을 쌓아가며 동요 ‘반짝반짝 작은별’을 불러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직접 작사·작곡한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 ‘노래할게요’를 선사했다.
KAIST 응원단의 화려한 응원 무대, 국제로봇경진대회에서 미국·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한국의 로봇 3총사와 뇌파로 조종하는 드론 등도 관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봇 바리스타의 커피 제공 등 행사 내내 ICT·과학기술의 미래로 가득찼다.
‘이노베이트 코리아’는 ICT·과학 분야 전문가, 학계 및 기업인,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학생과 일반인이 모두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ICT·과학기술 행사다. 특히 이번 행사는 융복합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과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K-바이오 분야까지 확대해 개최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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