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에도…용산서 간부, 이태원 보고서 "강하게 삭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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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축제 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작성된 위험 분석 보고서를 참사 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가 삭제 명령에 반발하는 직원에게 강도 높은 삭제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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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강도 높게 지시했다"
간부 "원칙에 따라 지워라" 지시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이태원 핼러윈 축제 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작성된 위험 분석 보고서를 참사 후 증거인멸 목적으로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가 삭제 명령에 반발하는 직원에게 강도 높은 삭제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3일 오후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모 전 용산경찰서 정보분석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한 핼러윈 축제 관련 이태원 일대 위험 분석 보고서의 4건 중 3건을 작성한 정보과 정보분석팀의 팀장이다.
그는 참사 이후 PC 등에 남아 있던 SRI(특별정보요구) 보고서를 김 전 과장이 지난해 11월2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전 팀장은 "(지난해) 11월2일 반복적으로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자료를 지금 지우면 더 이상하지 않냐, 잘못된 내용도 없는데 자료를 지워야 하느냐, 지우는 게 더 이상하다고 항명조로 얘기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과장은) 원칙에 따라 지워야 한다. PC의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료 보안에 유의하라는 말은 평소에도 자주 했지만 그날 수준으로 PC 자료를 삭제하라고 강도 높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이자 과장이 그 정도로 강하게 반복적으로 지시하고, 부당하다 생각해 강하게 얘기하면 싸움이 날 거 같아 직원이 많이 지웠다"고 설명했다.
이 전 팀장은 이 같은 김 전 과장의 지시에 직원이 작성한 이태원 위험 분석 보고서이자 SRI보고서 중 일부를 직접 삭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분석팀 직원이 자신의 보고서를 직접 삭제하기도 했다.
김 전 과장 측은 열람 및 보고·전파가 이뤄진 보고서는 폐기가 원칙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팀장은 반복되는 행사의 경우 참고를 위해 저장해 두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전 과장이 삭제 지시한 4건의 보고서는 참사의 진상·책임 규명에 활용될 수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기일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도 자신이 참사 이전 작성했던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를 김 전 과장이 삭제할 것을 회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정보관과 이날 증인신문에 나선 이 전 팀장 모두 김 전 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를 듣고 "의아했다"라거나 "이상했다"며 부당함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 보고서와 핼러윈 축제 관련 SRI 보고서 3건 등 4건의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1일 법원의 보석 청구 인용으로 석방돼 이날 처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보고서 삭제 관련 용산경찰서 간부들의 재판은 지난 4월 시작됐다. 재판부는 간부들의 보고서 삭제가 정당했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기일 당시 ▲박 전 부장의 지시가 보고서 삭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지 ▲보고서 삭제 행위가 대통령령인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7조 3항)에 따른 적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이미 국회 및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제출된 바 있는 증거를 사후 삭제한 것이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를 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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