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제동원 배상금 ‘막무가내 공탁’…“불법적 조처” 반발

신형철 2023. 7. 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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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일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소송 원고 4명에 대한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정부는 지난 3월6일,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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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본 굴욕외교]

정부가 3일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소송 원고 4명에 대한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하며 서둘러 이 문제에 대한 마무리에 들어간 것이다. 피해자 쪽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처”라고 반발하며 공탁 무효 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노력에도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 및 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공탁이란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할 경우, 금전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채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판결금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채무자가 거부해 전달할 수 없으니 법원에 대신 맡기는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6일,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발표 뒤 지금까지 유족 10명과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해법을 수용했지만,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까지 피해자 설득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밝혀왔지만, 해법을 거부하는 피해자가 소수만 남게 되자 공탁 강행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공탁을 진행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일본 피고 기업들은 확정 판결된 소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피고 기업이 법원에 제기해 법원에서 판결금이 지급되었으므로 더이상 채무가 없다고 청구이의의 소를 확인해주면 그로써 일본 피고 기업들은 법률적인 의미로부터 해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공탁을 강행하자 피해자 쪽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처”라며 즉각 반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해법의 본질은 피해자 판결과 채권을 소멸시키는 조처였다. 그 중에서도 정부 해법에 반대하는 피해자들의 채권을 없애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김세은 변호사는 “재단은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피해자 채권에 대해 변제할 수 없다. 오늘 재단의 변제공탁은 채권자의 명확한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쪽은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공탁 무효를 주장할 계획이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99) 할아버지의 가족은 대리인을 통해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사과와 일본 기업의 배상뿐이다. 그것을 도와주지 못하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해법안인 제3자 변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공탁이 적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민법 제469조는 제3자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 의사표시로 이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 당사자인 피해자가 반대할 경우 제3자 변제는 불가능하다는 단서를 단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면밀한 법적 검토 결과에 따라 제3자인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검토가 이뤄졌고 그에 따라 해법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으나 어떤 법적 근거에 의해 제3자 변제가 가능한 것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신형철 newiron@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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