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에 약 정보도 모르고 투약”…간호사들 “피해자이자 가해자” 호소

송민섭 2023. 7. 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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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한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매년 각각 환자 250명이 사망했는데, 최소 20~30%는 (의료)인력이 충분했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날짜를 미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수도권 한 대학병원에서 20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A씨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개최한 '의료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에 미치는 영향'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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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증언대회
중소병원 1인당 환자 43.6명 돌봐
‘환자 2.5명’ 의료법 규칙 유명무실
“인력 부족해 위험천만한 일들 빈번”
신규 간호사는 의료소모품에 비유

“제가 일한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매년 각각 환자 250명이 사망했는데, 최소 20~30%는 (의료)인력이 충분했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날짜를 미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수도권 한 대학병원에서 20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했다는 A씨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 사무실에서 개최한 ‘의료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에 미치는 영향’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서 열린 증언대회에서 지방 대학병원 간호사가 의료 현장 인력 부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전신화상으로 기도에 화상을 입고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호흡기내과 의사가 없어서 우리 병원으로 재이송돼 오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며 간호사들은 혼자서 많은 환자를 간호하다 보니 ‘의료사고’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학장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평균 환자 16.3명을 돌보고 있다. 중소병원까지 합하면 간호사 1명이 43.6명을 돌본다. 간호사 1명이 환자 3.7명을 돌보는 노르웨이는 물론 평균 5.7명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 간호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간호인력은 턱없이 적다. 장 학장은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전·현직 간호사·물리치료사들이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나와 보건의료 인력 부족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진술했다.

수도권 공공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B씨는 “낮에 환자를 처치하며 사용한 병동 물건을 ‘의료소모품’으로 청구할 때면 나도 청구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퇴근 시간은 2시간이 훌쩍 넘기 일쑤이며, 피로를 풀지도 못한 채 똑같은 하루를 되풀이하기 위해 출근길에 오른다”며 “붕대, 방수밴드와 다름없는 소모품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우리는 채워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7년간 간호사로 근무했다가 일을 관둔 C씨도 “(간호사 근무 시절) 입원환자 16명에 대한 검사, 수술, 응급상황, 입원, 퇴원, 컴플레인 대응, 필수 기록 업무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퇴근하고 나면 다리가 머리카락처럼 흐물거렸다”고 전했다. 그는 “업무 과중으로 신규 간호사는 약물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약물을 준비하게 된다. 선배 간호사에게 확인받지만, 선배가 바쁜 경우 알아서 해결하기 때문에 투약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잠시만요’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인력 부족으로 의료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한다”며 보건의료 노동자가 보건의료 인력정책의 ‘피해자’인 동시에 환자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협하는 ‘가해자’가 되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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