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년’에 툭하면 출력 차단… 속타는 사업자들 [심층기획]
전기 실어나르는 송배전망 부족
전력 과잉공급… 대정전 사태 우려
정부 태양광 발전 출력 중단 명령
사업자들 처분 취소 행정訴 맞서
한전 송변전 설비 확대 계획 세웠지만
적자 장기화… 예산확보 어려울 가능성
제주·영호남 출력 차단 증가 전망 속
업계 “ESS 확충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지난달 8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는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는 전국의 사업자들이 모여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태양광발전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는 출력제어 조치를 하는 바람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출력 차단은 전력 공급량과 수요량의 불일치로 전력계통의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해 발전사업자에 대해 발전기 출력을 정지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도 문제이지만, 전력이 과잉공급될 경우에도 송배전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블랙아웃(대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
3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2만975MW다. 전남이 4644MW(15%)로 가장 많다. 전북 3957MW(13%), 경북 2910MW(9%), 충남 2571MW(8%), 경남 1446MW(4%)로 뒤를 이었다. 영호남 지역이 전국 태양광 발전설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충남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발전설비가 늘어나 남부지방에서 점차 중부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자체는 호남지역이 많지만 설비 증가율은 영남지역이 훨씬 빠르다. 2016년 710MW이던 영남지역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2018년 1047MW, 2020년 2754MW, 2022년 4355MW 등으로 매년 전년보다 20∼40%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6년 만에 영남지역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6.4배나 증가했다. 호남지역도 같은 기간 5.4배나 늘었다. 제주도 이들 지역 못지않게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설비는 580MW로 6년 전 101MW보다 6배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에 맞춰 송배전 선로가 확충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16년 총 송전선로 길이는 3만 3696C-㎞(길이에 회선수를 곱한 값)에서 2021년 3만5190C-㎞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송배전 선로 확충은 막대한 예산과 주민 반대 등이 거세 쉽지 않은 일이다.
한전은 송변전 설비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제10차 송변전 설비계획을 보면 송전설비를 2036년까지 5만7681C-㎞로 2021년보다 1.6배 확대한다. 변전소는 2021년 892개에서 2036년 1228개로 1.4배 확충한다. 이 같은 송배전 설비 확충 계획에 드는 예산은 56조원으로 5년 전 8차 계획 때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적자 늪에 빠져 있는 한전이 이 같은 송배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호남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남북축의 HVDC(초고압 직류송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력 수요 밀집지역을 직접 연결하는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이 전체 전력 사용량 40%
올해는 호남과 영남 등 육지에서도 태양광발전 전력 출력 차단이 처음으로 2∼3차례 이뤄졌다. 제주발 태양광발전 출력 차단이 내륙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도 햇볕이 많은 봄철이면 제주와 영호남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출력 차단이 늘어날 전망이다.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에게 출력 차단 조치는 ‘영업정지’나 다름없다. 제주강산에너지 홍상기 대표는 노후를 위해 2016년 17억원을 투자해 1만㎡ 부지에 750㎾ 태양광 발전설비를 조성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한전에서 전력 출력 차단 조치를 내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홍 대표는 “올해 벌써 20여 차례 이상 출력 차단을 당해 1000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정부가 보조금까지 주면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권장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전기생산을 막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잦은 태양광 발전설비 출력 차단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이어졌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거래소를 대상으로 출력 차단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를 상대로 출력 제어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광 사업자가 승소할 경우 남아도는 태양광 전력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부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이들 단체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대한 출력 차단 처분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다 법률에 근거 없이 사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태양광업계는 글로벌 의제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대표주자인 태양광발전 사업을 정부가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의회 회장은 “역대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을 올렸는데, 이제 와서 전력이 남아돈다고 개인 재산인 태양광 발전설비의 출력제어로 막대한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며 “송배전 선로망과 전기저장장치(ESS)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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