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명 콘퍼런스 등에 9억원 집행… 예비비 주먹구구 지출 관행 여전
공수처 절반 달해… 가장 부실
국회 시정요구사항 살펴보니
공수처 명퇴자 수당 산정했지만 불용
협의회 횟수 과다 책정 예비비 받기도
과기부 4차산업혁명위 예산 삭감 불구
예비비로 다시 증액… 국회 무시 지적
이 밖에 국토교통부는 주거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수백억원 주거급여 예산을 2년 연속 예비비로 집행하는 등 제대로 된 추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했던 것으로 파악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국회에서 감액된 예산을 다시 예비비로 메우는 등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도 보였다.
3일 세계일보가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2021회계연도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심사결과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결과’에 따르면 국회는 2021회계연도에 반영된 정부의 예비비 지출 중 22건을 문제 삼아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비는 정부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지출 사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마련해 두는 돈으로, 국가재정법상 일반회계 예산총액의 1% 이내에서 편성할 수 있다. 성격상 총액 수준에서 국회 심의를 먼저 받기 때문에 실제 지출이 발생한 이후 국회로부터 예비비 지출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문제점을 지적하면 각 부처는 시정 조치 후에 향후 예산 운용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2021회계연도에 편성된 예비비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결산과 함께 최종 심사돼 시정 요구사항이 확정됐고, 기재부는 올해 1, 5, 8월 각 부처로부터 조치완료 여부를 확인 중이다.
후속 조치결과에 따르면 공수처에 대한 지적사항이 11건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고, 국토부와 보건복지부 및 외교부가 2건씩, 기재부와 국무조정실 및 국무총리비서실, 과기정통부, 질병관리청 및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각 1건씩 있었다. 유형별로는 중복포함 제도개선이 13건, 주의가 9건, 시정이 2건 등으로 나타났다. 예비비 지출 관련 국회에서 결정된 시정요구 건수는 2018회계연도 50건, 2019회계연도 34건, 2020회계연도 35건으로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다.
부처별로는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의 예비비 편성 및 지출이 가장 부실했다. 구체적으로 공수처는 출범 후 1개월 안에 수사 인력을 공석 없이 임용하겠다는 전제로 예비비를 산출해 인건비 예산 집행 실적이 저조했다. 디지털포렌식 담당 수사관의 경우 임용 자체가 2021년 하반기에 이뤄진 탓에 디지털포렌식 수사관 교육비 1250만원 전액이 집행되지 않았다. 또 출범 첫해에 20년 이상 일한 고위 공무원이 공수처에 임용된 이후 스스로 퇴직할 확률이 낮음에도 수사처검사 1명과 직무등급이 나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이 퇴직하는 것을 가정해 명예퇴직수당을 산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21년 편성된 명예퇴직수당 관련 예비비는 전액 불용됐다. 아울러 수사협의회와 공소협의회를 68회 개최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예비비를 배정받았지만 실제 개최 실적은 공소심의위 2회, 수사심의회 및 수사자문단 등은 1회에 그쳐 예비비를 과다 계상했다.
다른 부처 역시 예비비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건 마찬가지였다. 국토부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조사 및 주거급여 관련 사업 예산을 2년 연속 예비비로 집행했다. 이 사업은 2020년 947억3600만원, 2021년 775억5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집행 규모가 컸는데도 통상적인 예산 편성 절차를 밟지 않은 셈이다. 국회가 ‘주의’ 조치를 내리자 국토부는 올해 예산부터는 주거급여 수급가구 및 지원단가 재추계를 통해 전년 대비 예산을 17.9% 상향해서 편성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