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경찰 총격 10대 사망에 폭동 진앙된 이민자 청년들

이규화 2023. 7. 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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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위대가 달아나고 경찰들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찰관이 17세 '나엘'이라는 알제리계 소년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뒤 프랑스에서는 연일 폭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마그레브(사하라 사막 이북, 이집트 서쪽 지역 나라들을 지칭) 출신 후손 10대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폭동으로 인해 프랑스는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2018년 노란 조끼 시위에 이어 올 초까지 연금개혁 반대 시위로 큰 홍역을 치렀는데, 다시 질서 파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나엘 군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거부하며 경찰의 정지 명령을 어기고 달아나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총격은 규정에 의한 것이었지만 대응이 과했다는 비판이 일고 급기야 폭동 사태까지 이른 것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내무부가 지난 2일에만 프랑스 전역에서 7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1311명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과격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친 경찰과 군경찰은 지난 1일까지 79명이었습니다. 1일까지 자동차 1350대와 건물 234채가 불에 탔고, 2560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잠정 집계했습니다.

시민들의 반발이 과격화해 폭동 사건이 잇따르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 만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엘 군의 사망 사건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도 피력했습니다.

정부는 나엘 군이 사망한 이후부터 주로 저녁 시간에 시위가 예고 없이 열리고 방화, 약탈 사건으로 이어지자 배치 인력을 증강했습니다.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폭력성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과 군·경찰 4만5000명을 프랑스 전역에 배치했고, 경장갑차까지 동원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오후 9시 이후로는 버스와 트램의 운행을 중단할 것을 지방 당국에 권고했고, 대형 폭죽과 인화성 액체의 판매를 제한했습니다. 보안 조치를 강화하면서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지만, 아찔한 장면은 파리, 리옹, 그르노블, 마르세유 등 전역에서 목격됐습니다.

폭동 가담자들은 전자제품 매장, 대형 슈퍼마켓, 담배 가게 등을 약탈했고, 거리에 세워진 자동차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 유리창을 깨뜨렸습니다. 파리에 이어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전날 총기 매장에서 총기 도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현안을 두고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했던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진정과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대표팀은 "어린 나엘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폭력이 아니라 평화롭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표현하자고 호소했습니다. 프랑스 축구 스타 음바페는 카메룬 출신 아버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로 파리 북부 외곽 봉디에서 자랐습니다.

나엘 군의 유족들은 나엘의 죽음이 폭동으로 이어진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나엘의 가족과 지인들은 나엘이 살던 곳이자 숨진 곳인 낭테르의 한 모스크에서 장례식을 갖고 인근 묘지에 안장했습니다. 장례식은 유족 요청에 따라 언론 등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전했습니다.

이번 폭력사태는 프랑스 인구에서 13%에 이르는 이민자, 그 중에서도 마그레브 출신들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 근원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들은 주로 중산층 이하의 삶을 영위하며 대도시 외곽에서 허드레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그들 중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우범지역에서 마약에 의지하며 희망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프랑스가 과거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식민지를 확장하며 그들을 노예처럼 부렸던 아픈 역사의 대가인지 모릅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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