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달라져야 할 동반성장 정책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개정하여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하고, 처벌보다는 자발적 협력을 우선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새 정부가 과거의 규제와 보호 위주의 정책 기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적인 상생협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상생법을 제정했다. 법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가 앞섰다.
2010년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에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민간위원회로서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출범했다. 민간 주도의 협력이 강조됐지만, 중소기업의 협상권을 강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명박 정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부여하고, 부당 감액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정책,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2·3차 협력사로 동반성장을 확산하는 정책, 협력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기업의 투자재원을 조성하는 정책, 민·관 '동반성장 추진 점검반'을 구성해 이행 실적을 점검하는 정책 등을 제시했다.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중소기업 정책은 동반성장을 보장하는 데에 미흡했다.
2023년 3월 문재인 정부의 동반위가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적합업종제도는 산업정책보다는 복지정책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상생법은 동반성장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로 중소기업이 반사적 이익을 얻도록 하는 법으로 평가된다. 새 정부에서는 성장의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동반성장 정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가 동반성장을 강조해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상생을 인위적 이해관계 조정에서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상생 정책은 업종 보호와 갈등 조정이라는 주제에 매달렸다.
대표적인 사례는 초과이익공유제이다. 이 제도의 근거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에는 중소기업의 기여분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사용한 붓이 '모나리자의 미소'를 만들어 냈다는 주장과 같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 대·중소기업 혁신을 유도하는 신(新) 이익공유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붓 시장과 그림 시장을 혼돈하여 만들어졌고, 동반도 성장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정부가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은 격화하고 모두가 고사한다.
2017-22년간 제조업의 내수 출하지수는 연평균 0.28%로 역성장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정치적 용어가 된 '갑·을의 관계'는 갑이 직면한 시장과 을이 직면한 시장에서 각각 결정된다. 갑보다 을이 해당 분야에서 더 전문성을 갖는다. 갑이 더 전문성이 있고 을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을의 몫이 적어진다. '갑·을 관계'의 문제 해결은 을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은 제품으로 경쟁하고, 소비자가 기업의 몫을 결정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로 골목상권이 보호됐는지, 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로 중소기업이 보호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동반성장정책은 이해관계 조정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시험점수 결과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도록 실력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 동반위도 기업규모별 적합업종 지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신사업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기업 간 협력과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연구개발이나 신시장 개척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숙의하는 일도 필요하다. 새 정부는 기존의 동반성장 정책을 재정의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책들을 폐기하기 위한 상생법 개정을 검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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