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W 대기업 참여 길 열렸지만… "빛좋은 개살구"

팽동현 2023. 7. 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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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SW(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에 10년 넘게 걸려있던 빗장이 풀릴 전망이다. 하지만 SI(시스템통합)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제도 개선 실효성에 대해 의문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관련 토론회를 열고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게 골자다. ISP(정보전략계획) 등 설계·기획 사업은 참여제한 대상을 없앤다는 안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상생협력제도(상생점수)의 중소기업 참여 지분율과 배점 등 축소 △컨소시엄 구성 최대 10개사(최소지분율 5%)로 확대 △하도급 계획 적정성 평가 신규 도입 등을 추진한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 허용 하한선으로 200억원, 500억원 1000억원 세 가지가 논의된 끝에 과기정통부가 1000억원으로 정했다. 대기업의 반응이 차가운 것은 1000억 이상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1000억 이상 공공사업은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우체국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 △법무부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교육부 4세대 지능형 나이스 정도였다. 올해는 전무하다. 최근 5년간 신기술 관련 사업 등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심의 대상 사업(293건) 중 1000억원 이상은 6.5%인 19건에 불과했다. 그중 84.2%(16건)가 예외 인정을 받아 대기업이 수행했다.

한 대기업SI 관계자는 "1000억 이상 사업은 자주 나오지 않고 대부분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되는 사업이라 어차피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개선안이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다"며 "상생점수의 경우 중소기업의 참여비율과 배점을 낮췄다지만 어차피 1점으로 낙찰이 갈리니 다 채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 참여 사업의 상생점수는 기존의 5개 등급이 3개 등급으로 개편되고 최고 등급에 요구되는 중소기업 참여지분율이 50%에서 40%로 낮아진다. 배점 자체도 5점에서 3점으로 하향 조정된다. 대형 사업에서 중소기업 지분이 적어지지만, 하도급 계획 적정성 평가가 도입되는 만큼 개선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도급 비율에 따른 평가로 주사업자가 하도급으로 50%까지 채우는 관행이 바뀌면 사업환경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단순 인력공급을 업으로 삼아 대기업에 하도급으로 들어간 업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로, 각 영역에 전문성을 갖고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상생점수 비중이 줄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개선안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중견기업들은 1000억원 이상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면 마찬가지로 중견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사업금액 기준도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도입된 취지로 돌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규제가 아닌 산업진흥 정책이다. 제한 완화에 대해 여전히 반대한다"며 "상출제 기업들이 수행한 사업은 문제가 없었나. 사업 품질 하락은 중견·중소기업 때문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 상용SW, 민간투자형 SW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공공시장 개편 방향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대형 SI사업의 품질 제고 및 운영상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000억원 이상 사업과 설계·기획에 대기업 참여가 가능해지려면 SW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 업계 내에서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W 기술성 평가기준 지침도 SW진흥법 개정 진척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라며 "정부안을 마련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주기관들의 의견을 한 번 더 청취하려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공공SW사업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맷집 좋은 대기업을 다시 새로운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참여제한 기준이 1000억원이 아니라 그 밑이어도 지금의 환경이 계속된다면 과연 기업들이 좋다고 들어올까 의문"이라며 "예산구조 등이 개선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팽동현기자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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