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과·학부 폐지 대학에 수십억 지원...구조조정 신호탄?

윤정식 기자 2023. 7.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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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들이 71년 만의 변화를 앞두고 비상입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여파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학은 학과 또는 학부를 없애고 신입생을 뽑을 수 있습니다

○○학과 같은 개별 학과는 물론 □□학부 등 학부가 대학 측의 판단에 따라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선택권을 대학에 줬지만, 실제 따져보면 강제 조치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서울 소재 A 대학 관계자는 JTBC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가 이번 학과 폐지제를 따르는 학교에 올해 수십억 원에서 최대 100억 원가량의 지원금을 주기로 하고 동참 의사를 묻고 있다"라면서 "재정 지원이 워낙 커 안 따르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학 신입생은 학과 소속 없이 '○○대 1학년'으로 입학하는 셈입니다.

이런 변화는 현재 '고2' 학생인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됩니다.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학 입학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해 2025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한다.

생각보다 법 개정이 몰고 올 변화는 큽니다.

일단 취지는 좋습니다. 학과 간 장벽을 없애 학생이 대학에서 전공을 찾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학생 입장에서는 입시 성적에 맞춰 전공을 정해야 했습니다.

적성에 맞는 미래 설계가 힘들 수 있었는데 대학에서 이를 찾으라는 겁니다.

학교도 교육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분야별 융복합 등 사회 변화를 따르기 힘들었습니다.

먼저 대학의 모집 단위 광역화로 이런 뒤처진 현실을 우선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대학들은 부랴부랴 교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논의되는 가장 첨예한 부분은 전공 확정 방식입니다.

서울 소재 B 대학 관계자는 "여러 전공을 합쳐 뽑은 수천 명 중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인기 전공만 원할 것"이라며 "어떤 평가 기준으로 논란을 최소화할지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수들도 걱정입니다.

학생들의 소속 변화는 교수와 교직원을 비롯한 학교 행정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서로 다른 학과 교수가 전공은 다르지만 칸막이 없이 한 데 소속될 수 있습니다.

서울 소재 C 대학 교수는 "학문의 융복합만 생각하다 기초 학문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라며 "학문 고유의 평가 구조부터 업적 측정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위기를 먼저 체감하는 건 비정규직 강사들입니다.

서울과 지방 대학에서 행정학 전공 시간 강사로 활동 중인 D 씨는 "그나마 확보됐던 기초 학문 강의가 통째로 사라질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런 우려를 조정한 개편안이 당장 내후년 입학생 선발 때부터 적용 가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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