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DT인] 반도체 30년 외길 엔지니어… "습도제어 독자기술로 수율제고에 보람"

전혜인 2023. 7. 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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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성 향상 핵심 '질소순환솔루션' 국내 첫 개발
디스플레이·태양광·2차전지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중
"글로벌기업 성장위해선 밸류체인 전반의 생태계 갖춰야"
임영진 저스템 대표. 이슬기기자 9904sul@

반도체·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 임영진 저스템 대표

반도체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파워 게임에서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며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후방산업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경우 아직까지 글로벌 경쟁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업체인 저스템(Justem)의 임영진(61·사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생존과 장기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 밸류체인 전반의 적극적인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지금 반도체 장비에서 '톱 티어'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들이 성장하기까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제조사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피드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장비들이 계속 개발되고 적용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제조와 장비 회사가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시작으로 약 30년간 다양한 반도체업체에서 일해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주성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 등을 거치며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대한 경험을 쌓으며 지난 2016년 저스템을 설립했다. 저스템은 반도체 수율 향상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질소 순환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인하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금속공학 박사다. 석·박사 과정을 밟을 때는 전자재료학도 공부했는데 당시 텅스텐을 주제로 쓴 논문이 나름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이 계기가 돼 1989년 삼성전자 연구소에 입사했다.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10년 정도 일한 후 아남반도체로 자리를 옮겼을 무렵 주성엔지니어링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함께 해보자며 직접 영입을 제안했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에 합류, 다양한 국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저스템의 주력 제품인 질소순환장치는 반도체 제조 장비의 환경제어시스템으로, 수율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수율은 웨이퍼 한장 당 생산되는 칩 중 정상 칩의 개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투입한 양 대비 제조돼 나온 양의 비율을 의미한다.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회로로 구현돼 있어 아주 작은 결함이나 문제점으로도 완성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의 특성상 수많은 종류의 가스를 사용하는데, 이런 가스들이 생산 현장의 습도와 반응하면 제품의 불량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저스템이 생산하는 질소순환장치는 반도체 생산 현장의 습도를 낮춰 이런 불량률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최근 점점 더 공정 고도화가 이뤄지면서 습도를 10% 미만에서 제어해야만 불량률을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나 대만 TSMC 같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도 기업들이 최근 언급하는 3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1% 미만까지 낮출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고요."

저스템의 질소순환장치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주류 장비는 아니지만, 생산 전공정 어디든 습도를 제어해야 하는 곳이라면 필요해 활용성이 높다. 반도체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습도 제어 장비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자체 생산 장비에 습도제어 장치를 함께 설치하는 일부 해외 기업을 제외하고는 저스템의 장비가 국내외에서 독자적인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미래 반도체 산업에서 습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논문들이 늘어났고, 이런 선행 연구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업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창업 이후에도 여러 선행 기술과 특허를 확보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창업 때 생각했던 것처럼 공정 고도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기에 우리 장비 공급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창업 후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확장을 꾀하던 시기 코로나19가 터지며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고, 전문 인력의 파견이 필수적인 사업 구조인 만큼 전 세계가 봉쇄 상황을 겪었던 코로나19가 저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었다.

"사업 구조가 우리 장치를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장비와 호환을 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일감을 수주하면 우리 엔지니어가 직접 그곳에 가서 현장을 살피고 설계부터 공사까지 참여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기존에 필요했던 인력의 3배 이상씩 인적 자원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임 대표는 비용 문제보다도 더 힘들었던 건 재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해야 했던 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현지화를 많이 진행했다"며 "주요 거점에 현지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현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저스템은 현재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2차전지 관련 장비 시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2차전지 장비 시장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톱 티어 장비 기업으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장비 관련 추가 수주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관련에서는 반도체와 유사하게 라인의 수율을 개선할 수 있는 장비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형화에 따라 신규 고진공 장비까지 대응 가능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OLED 증착 공정에서 불량을 유발하는 정전기를 제어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에는 플라즈마 전문기업 플람도 인수,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현재 반도체 분야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한 영역으로 다변화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고 성장성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며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가족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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