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생성형 AI 시대] "진주 귀고리 소녀 실사화" 주문하자… 1초만에 그려낸 AI
네이버웹툰도 자동채색·사진·영상 제작 '웹툰미' 공개
챗GPT가 쓴 소설책·AI 음원 발매 등 다방면서 활용돼
② 소설·영상 제작도 AI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림을 실사화해 줘."
카카오브레인이 내놓은 이미지 생성형 AI(인공지능) '칼로'에게 이렇게 지시하자 1초 만에 작품을 내놨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입은 옷은 비슷한데 마치 실제 사람의 사진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칼로에게 또 "AI가 작곡을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줘"라고 제시하자 헤드셋을 한 로봇이 건반 앞에 앉아 음악을 만드는 듯한 이미지가 뚝딱 완성됐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리려면 최소 몇 시간이 걸릴 일을 AI는 순식간에 해냈다.
인류 앞에 갑작스레 등장한 생성형 AI가 창작의 영역까지 손길을 뻗치며 창작의 ABC를 바꿔놓고 있다.
이미지, 스토리, 음악, 영상 등 지금까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수많은 분야에서 AI가 창작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AI는 웹툰 작가들에게도 유능한 조수 역할을 할 수 있다. 작가가 한 습작 스케치에 AI가 색을 입히거나 단순 작업을 하는 식이다.
조선시대 '이괄의 난'을 주제로 한 무협 웹툰 '칼부림'을 그리는 고일권 작가는 "습작을 할 때 포토숍 프로그램과 태블릿용 터치펜을 이용해 기존 방식으로 작업하면 한 컷당 족히 1시간은 걸리는데, AI를 쓰면 5분이면 충분하다"며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되면 그동안 흑백 만화가 주는 재미에 컬러가 더해져 이전보다 더 영상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1세대 AI 아티스트로 꼽히는 튀르키예 작가 레피크 아나돌이 AI를 활용해 만든 작품 '비(非)지도(Unsupervised)'를 1층 로비에 전시해 예술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높이 약 8m의 LED 스크린을 채운 작품은 MoMA가 보유한 근현대 작품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작품을 스스로 재해석해 만들어낸 것이다. 아나돌 작가는 지난달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팔라스트 미술관에서 국제우주정거장과 허블 우주망원경 등이 찍은 우주 이미지 200만 개와 국립공원 및 자연경관 등 이미지 130만 개를 활용해 새로운 풍경을 만들도록 AI에 지시해 만들어낸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초거대 AI 시대…몇 번의 타이핑·클릭만으로 이미지 '뚝딱'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미지 분야에서는 몇 개의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거나 간단한 스케치 작업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여러 장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생성형 AI의 이미지 제작은 단순히 그림이나 사진 몇 장을 얻는 것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를 업무에 활용하면 디자인을 기획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미지 생성 AI는 챗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오픈AI의 '달리2(DALL-E 2)'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아보카도 모양의 안락의자'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관련 이미지를 여러 장 보여준다. 카카오브레인의 칼로는 1억8000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하고 이해한 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화풍과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큰 돈을 들여 꾸미고 사진관에 가지 않아도 보정된 프로필 사진도 만들 수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가 내놓은 'AI 프로필 서비스'는 이용자가 셀카 10~20장을 입력하면 AI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 같은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준다. 트래픽이 급증해 서비스가 한때 불가능했을 정도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다. 이 서비스에 들어가 셀카를 여러 장 입력하자 마음에 드는 프로필을 만들 수 있었다.
웹툰의 경우 한 회당 수십 장의 컷을 제작해야 해 작업 부담이 상당한 업종이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작품 완성에 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작가들의 작업 부담을 낮추고 그림 그리기의 허들을 넘도록 돕는다는 차원에서 자동 채색 툴 '웹툰 AI페인터', 사진이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웹툰 화풍으로 바꾸는 '웹툰미' 등을 공개했다. AI 기반 '오토 드로잉(자동 그리기)'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저작권 침해 이슈 등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웹툰 작가로 더욱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 웹툰 '머니게임'의 배진수 작가는 "독자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잘 만들어진 AI 툴이 나온다면 좀 더 길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림보다는 글에 더 자신 있는 저와 같은 창작자들이 그림의 한계를 넘어서 다른 장르까지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I 활용한 금융 동화책 만들어 작가로 변신
소설, 동화책, 논문 등 스토리 분야에서도 생성형 AI가 활약한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세일즈맨 브렛 쉬클러는 챗GPT를 이용해 동화책 '현명한 꼬마 다람쥐: 저축과 투자 이야기(The Wise Little Squirrel: A Tale of Saving and Investing)'를 만들어 작가가 됐다. 30쪽 분량의 동화책은 챗GPT에 '아들에게 금융을 가르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입력해 탄생했다. 소설가 지망생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챗GPT 등의 도움을 받아 스토리를 만들어 인터넷 서점 아마존 킨들을 통해 출간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도 생성형 AI가 창작자로 활동한다. 엔터테인먼트 공룡 하이브는 지난 5월 AI 프로젝트 '미드낫'을 가동했다. 미드낫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이현의 목소리에 AI를 융합해 탄생한 아티스트다. AI 오디오 기술을 활용해 음원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6개 언어로 바꿔 동시 발매하고 성별 또한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모두 구현했다.
지니뮤직과 김형석 작곡가는 AI 기술로 구현한 악보 기반 편곡 서비스 '지니리라(genie.Re:La)'를 발표했다. MP3를 업로드하기만 하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주고 이용자가 그 악보를 편집해 편곡까지 할 수 있다.
미국 스타트업 런웨이는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토대로 짧은 영상 클립을 만드는 생성 AI 모델 '젠-2(Gen-2)'를 선보였다. 딥브레인 AI는 문장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가상의 모델인 AI 휴먼이 이를 그대로 말하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가 확산할 경우 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생성형 AI가 내놓은 결과물은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미술대회에서는 AI가 그린 그림이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4월에는 독일의 한 사진작가가 국제사진전에 AI로 만든 이미지를 출품했다가 우승작으로 선정되자 뒤늦게 사실을 고백하고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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