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빠진 ‘제3자 변제안’ 거부 피해자 4명 배상금, 법원 공탁 절차 개시

박은경 기자 2023. 7.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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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배상’ 강제동원 해법 발표 4개월만
“대법원 판결 형해화, 일본에 면죄부” 비판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왼쪽), 임재성 변호사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배상금 수용 거부에 따른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3일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징용) 배상 소송의 원고 4명에게 지급하려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 3월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명확한 사과나 배상 참여 없는 ‘선제적’ 해법을 내놓을 지 4개월만이다.

외교부는 이날 “그간 정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 및 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지난 3월6일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발표 이후 지금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이 해법을 수용했지만,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수용 거부 입장을 유지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탁 절차를 시작한 배경과 관련해 “일부 피해자 유가족의 경우 상속인 파악이 안 돼 공탁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판결금 수령이 어려운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당국자는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남은 피해자 4명이 판단을 내리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과 공탁하면 언제든 결정을 했을 때 공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공탁 이후에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발표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전남 지역의 80여개 시민단체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하는 날 나왔다. 정부는 이번 공탁 결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와 관련한 법원의 절차가 중단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공탁 절차 개시로 2018년 대법원 확정 판결을 완전히 형해화하고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제시켜준다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해법을 수용하지 않는 원고들이 공탁의 법적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와 고(故) 정창희 씨 소송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와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법적이며 정치적으로도 부당한 조치”라면서 “별도의 소송 절차를 통해서 공탁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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