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세수 펑크 비상인데 혈세 줄줄 새는 지자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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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전시행정에 피 같은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지역 관광을 살리고 시민 편익 등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시설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혈세 80억원이 투입된 관광열차가 달리지도 못하고 매물 시장에 나올 판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법인세 등이 덜 걷혀 올해 부족한 세수 규모가 4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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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치적 쌓기 그만둬야
사례들을 보면 하나같이 기가 막힌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하겠다며 20억원을 들여 제작한 '1592 거북선'을 추가 비용까지 물며 소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사업은 초기부터 꼬였다. 제작사는 계약과 달리 수입목재를 사용해 10억원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완성된 거북선은 방부처리가 제대로 안 돼 심한 뒤틀림까지 보였다. 이를 되사겠다는 업체도 못 찾았다. 결국 다시 혈세를 부어 소각해 없애기로 했으니 이런 낭비도 없다.
전북 남원시가 민간업체와 425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장한 모노레일은 각종 송사에 휘말려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고 한다. 이용객도 예상의 10분의 1에 그쳤다. 위탁사에 운영비도 못 주고 있다. 강원 원주시가 옛 반곡역 중앙선 폐철로에 54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관광열차도 방치 상태다. 중앙선 폐철로 매입 전에 열차부터 덜컥 사들인 탓이다. 관광열차 정비고 건립비용으로도 26억원이 들어갔다. 혈세 80억원이 투입된 관광열차가 달리지도 못하고 매물 시장에 나올 판이다. 1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된 부산의 컨테이너형 복합생활문화시설 비콘그라운드는 개장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방문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사례는 수도 없다.
지자체 방만재정 운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업 타당성은 도외시하고 대중 인기에만 연연한 탓이다. 중앙정부가 온갖 행정력을 동원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지금 나라재정은 세수가 펑크날 정도로 심각한 국면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법인세 등이 덜 걷혀 올해 부족한 세수 규모가 4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마당이다. 나랏빚은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내야 할 국채 이자만 25조원이다. 정부가 노래를 부르듯 건전재정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침체 위기의 터널에서 재정 방파제를 다시 세우자는 의미다.
이런 형편에 지자체의 막무가내식 전시행정이 될 말인가.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50%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체 예산 중 지방세 등 자체 수입 비율이 절반 정도라는 뜻이다. 정부의 국비 지원 없이는 살림을 꾸리지도 못하면서 언제까지 흥청망청 예산낭비를 계속할 것인가. 지자체장들은 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건전재정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따질 것이 없다. 엄혹한 경제시국에 재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를 대비해야 하는 다급한 시기다. 정부 재정으로 치적을 쌓으려는 정치권도 철저한 각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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