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급격히 늘린 국내 기관, 거품 없는지 되짚어봐야" [인터뷰]
수익증권 순차 매각·금리부자산 늘려 리스크 관리 강화
안전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개편해 이익체력 키울 것
"고금리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1년 남짓 남았다. 하이리스크(high risk)의 수익증권보다는 금리부자산인 채권이나 대출채권을 운용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서재원 롯데손해보험 자산관리그룹장(사진)은 3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집중적인 손익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4월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했다. 사내 대체투자팀과 투자심사팀을 이끌었던 서재원 팀장이 그룹장을 맡았고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 매니징 디렉터 출신인 유재억 본부장과 한승규 수석, 이선구 수석 등을 외부에서 충원했다.
서 그룹장은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바이 사이드(buy-side)이지만 이번에 외부에서 채용한 인력은 모두 셀 사이드(sell-side)"라며 "운용사나 증권사에서 대체투자를 상품화하고 판매 또는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 위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상품을 만들어본 사람이 사고 팔기도 잘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체투자·리스크 관리 체계 변화
롯데손보가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 서 그룹장은 "금리 변동 및 불확실성 증대와 K-ICS 대응을 위한 자산관리 강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대체투자를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국내 대부분의 기관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 대체투자에 집중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금리인상을 거치면서 자산시가가 하락하고 회수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서 그룹장은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가동률 저하로 호텔, 항공기, 부동산 등에서 국내 기관들이 손실을 본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회사의 리스크 관리체계가 지급여력비율(RBC)에서 신 지급여력비율(K-ICS)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수익증권보다는 금리부자산인 채권이나 대출채권을 운용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유리해졌다.
서 그룹장은 "항공기 펀드, 해외 인프라,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 코로나19 사태와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슈가 발생한 자산들의 펀더멘탈을 개선시키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활동이 회사의 손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FRS9 도입으로 FVPL(공정가치당기손익)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변동계수가 높은 수익증권에 대한 집중적 관리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서 그룹장은 "수익증권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운용사와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슈를 해결해가는 전담조직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 바로 자산관리그룹의 신설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들의 리스크 관리체계는 강화되고 있다. 수익증권들은 시가(mark to market)로 평가한다. 수익증권이 담고 있는 기초자산의 펀더멘탈이 악화되거나, 펀더멘탈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시장 금리가 변동하게 되면 기준가격이 변동돼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손익 변동성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
서 그룹장은 "수익증권의 익스포저를 축소시키고 금리부자산의 익스포저를 늘리는 것이 손익 변동성을 축소시켜 나가야 하는 보험사의 중장기 자산운용 전략에 부합한다"며 "수익증권 익스포저가 줄어들 경우 K-ICS 요구자본의 감소를 통한 '자본확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확보·자산 리밸런싱 주력
자산관리그룹의 운영 방향에 대해 묻자 서 그룹장은 "유동성 확보와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포트폴리오와 이익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먼저 K-ICS 대응(금리위험액 관리) 방안으로 자산·부채 금리위험액 차이 축소를 통한 채권 선도 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담 조직을 통해 자산 리밸런싱도 적극 실행할 계획이다. 서 그룹장은 "세컨더리 마켓을 통해 수익증권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자금을 회수한 뒤 회수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할 예정이다. 대체투자 익스포저를 축소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손익 변동성을 축소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해 서 그룹장은 "최근 금리 인상과 맞물려서 오피스, 물류센터, 멀티패밀리 밸류가 빠지면서 자산가치가 하락했다"며 "이 중 오피스는 미국과 유럽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산 가운데 멀티패밀리(고급 임대형 아파트)와 물류센터는 상대적으로 방어를 잘 하고 있으며 특히 물류센터는 여전히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서 그룹장은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기관들에 대해 "지금은 한번쯤 자성하고 넘어가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5~6년간 국내 기관들의 대체투자, 특히 해외 대체투자가 굉장히 빠르게 늘었다"며 "거품 없이 제대로 된 구조로 대체투자를 하려면 앞으로 2~3년은 스스로 정비 및 관리를 하고 최대한 엑싯(Exit·자금회수) 하면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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