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 이상·김환기의 뮤즈, 변동림이자 김향안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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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이상, 천재 화가 김환기.
실제로 변동림은 시인 이상과 결혼했고, 이상과 사별 후에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고 화가 김환기와 재혼했다.
미래로 향해 가던 변동림의 시간과 과거로 향해 가던 김향안의 시간은 변동림이 결혼 4개월만에 닥친 이상의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 그리고 김환기가 김향안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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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림(김향안)은 1916년 태어나 2004년 2월 29일 사망했다. 공연에서 김향안의 시간은 2004년 2월 29일 사망일 그리고 변동림의 시간은 1936년 2월 29일 이상과 만난 시간으로 시작한다. 공연은 한 인물인 변동림과 김향안을 두 인물로 분리시키고 김향안의 시간은 점점 과거로 변동림의 시간은 미래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 작품의 탁월한 지점은 한 인물을 두 인물로 분리시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도록 하는 설정과 예술가들의 삶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정성들여 장면을 만들어냄으로써 실존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깊이를 압축된 대사와 노래 안에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과 변동림에서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방풍림을 거닐면서 "우리 같이 죽을까? 어디 먼데 갈까?"라는 사랑고백 장면이다. 이상과 변동림의 유명한 이야기가 뮤지컬 넘버로 잘 구현되어 있다. 그리고 김향안과 김환기는 고백하기를 주저하는 김환기에게 '향안'이라는 김환기의 아호를 자신에게 주면 자신의 성과 가족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라가겠다는 김향안이라는 이름에 대한 유명한 일화도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는 실제인물에 대한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 만들어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서정적인 음악의 힘도 매우 크다. 잔잔한 이야기들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성이었지만 실제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깊이와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서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밀도 높은 작품을 완성시켰다.
미래로 향해 가던 변동림의 시간과 과거로 향해 가던 김향안의 시간은 변동림이 결혼 4개월만에 닥친 이상의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 그리고 김환기가 김향안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에서 드디어 만나게 된다. 이 지점은 '같이 죽을까'라는 이상의 고백에 사랑에 빠졌던 변동림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서 '같이 살자'는 김환기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공연적 마법의 순간이다. 이때 변동림은 미래의 자신인 김향안과 대화한다. "이제 찾아오지마 / 슬프지 않아 / 시간을 돌린대도 나는 그를 사랑했을거야 / 이제 너는 앞으로 나아가 / 나는 여기 남아 그의 빈자리를 지킬게" 너무도 감동적인 이 장면이 지나면 마지막으로 김향안이 직접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가사가 되어 흘러나온다. "라흐 헤스트,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아~". 내용과 형식, 음악,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완성도 높은 한국 뮤지컬임에 틀림없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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