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피의자 된 전공의…"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의협 등 관련단체 "무과실 의료사고 보호"…특례법 제정 요구
"경찰조사가 현장지킨 의료진 사기저하" 조사, 즉각 중단돼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3학년 전공의 A씨는 지난 3월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진 17살 여학생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23.7.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 A씨가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3일 거듭 항의하며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의협을 비롯해 대한응급의학회·대한응급의학의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전공의의 피의자 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정부·국회가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이용행태 개선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 의견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건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와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의료진의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경찰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의료현장에서 떠나도록 내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밤낮으로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다. 또한 응국내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7.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필수 의협 회장은 "환자가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 외상에 따른 중증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고 자살 시도가 의심돼 폐쇄병동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갖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한 것"이라며 "소신 진료를 한 무과실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의 반응에 대해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직접 조사와 처벌까지 이어진다면 필수의료 행위를 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이 회장, 김원영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 2023.7.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응급의료 전문가인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김원영 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의료인 면책은 물론 보상까지 국가에서 책임지는 필수의료 책임보험과 지역 완결적 최종 치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17세 환자가 4층 건물에서 떨어진 사고로, 여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치료를 못 받고 구급차 안에서 숨진 사건이 있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지난 6월 22일 환자가 최초로 이송된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