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종이컵에 든 독극물 모르고 마신 女 혼수상태…남편 “아내 심정지 와서야 회사가 성분 밝혀”

정경인 2023. 7. 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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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근무 중 종이컵에 든 독극물을 모르고 마신 여성 직원이 병원에 실려갔는 데도 성분을 숨기다 심정지 소식을 듣고서야 성분을 밝힌 기업이 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불산 독극물 7살 딸아이의 엄마가 하루아침에 사경을 해매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86년생으로 7살 딸을 둔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이라면서 “중환자실 앞에서 휴대전화로 두서없이 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2년을 같이 산 84년생 아내가 지난달 28일 오후 4시30분경 회사에서 종이컵에 든 물을 마셨고, 바로 독극물이라는 걸 인지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이어 “동두천 성모병원에서 의정부 을지병원, 다시 서울의료원으로 (총 3번의) 전원을 했는데 3번째 병원에서 아내는 두 번의 심정지가 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심정지가 온 사건 발생 7시간 후에야 아내가 물인 줄 알고 먹은 성분에 불산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됐고, 병원을 3번이나 옮기는 동안 (아내) 회사에서 보내준 성분 표시에는 불산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히려 “아내 회사 관계자는 ‘극악 독극물은 아닐 거다. 해당 약품을 제공한 업체 사장에게 물었더니 자기네는 맨손으로 작업할 만큼 (안전에) 문제없다고 했다더라’는 맥락의 말만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아내가 쓰러졌던 당시 현장에 본인이 없었기에) 회사 말만 믿고 3번째 병원에서 심정지가 오기 전까지 불산 관련 어떠한 치료도 하지 못했다”며 “의사는 ‘심정지가 오기 전 불산 사고라는 걸 알았다면 더 빨리 조치해 경과가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아내가 독극물을 먹은 경위에 대해서는 “아내 동료 말에 따르면 ‘(렌즈회사 검사실에서 함께 일하는) 아내 상사 중 한명이 검사를 위해 불산이 든 용액을 종이컵에 따라 아내 옆자리에 두었고 일에 집중하던 아내가 이를 물인 줄 알고 음용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이 ‘보통은 직접 물을 따라 마시지 않냐. 왜 따라져 있는 걸 마셨냐’고 묻자 A씨는 “아내 회사 동료가 말하길 ‘검사실은 아내가 90% 혼자 쓰고 있고 종이컵에 물 마시는 사람도 아내뿐이었다’고 했다”며 설명했다.

또, “의식을 잃기 전 아내가 ‘현미경 검사를 하다 오른쪽을 봤는데 종이컵이 있었고 순간 본인이 따라놓은 물인 줄 알고 먹었다’고 말했다”며 부연했다.

그는 글 말미에 “며칠 전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단 몇 시간 만에 아주 극소량으로도 생명이 위험한 극독물인 불산이 그 흔한 종이컵에 담겨 어쩌다 음용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업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려면 공론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한다”고 글 쓴 이유를 전했다.

A씨는 현재 경찰에 신고해 폐쇄회로(CC)TV를 확보, 경위를 파악 중이며 변호사도 선임해 안전 책임자 또는 과실행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누리꾼 다수는 A씨 아내의 쾌유를 빌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을 건설관련 종사자라고 소개하면서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라는 게 있다”며 “예를 들어 ○○페인트 종류는 MSDS에 ‘연소점이 높으니 어느 용기에 넣어서 몇도 이하의 장소에 보관하고, 위험물표시 마킹을 해라’ 이런 식으로 관련법령이 있고, 어길시 보관 관리의 책임이 있다. 분명 불산도 있을 테니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를 참고해 보라”고 조언했다.

한편, 불산(hydrofluoric acid)은 플루오린화수소의 수용액으로 수소와 불소가 합쳐진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를 말한다.

염산보다 부식성이 크며 다른 산과 달리 피부를 뚫고 조직 속으로 쉽게 침투해 강력한 독성을 일으킨다.

불산이나 고농도의 불산 증기가 피부에 닿으면 하얗게 탈색되며 물집이 잡히고, 눈에 닿으면 각막이 파괴되거나 혼탁해진다.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간 불산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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