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노숙자 도우려 부동산세 올리니 거래↓ 세수 급감
부자증세 역설 "노숙 장려하고 시민단체만 배불린다"
LA는 ‘노숙자 비상사태’ 선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가 노숙자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가 부동산 거래에 추가 세금을 부과한 결과 세수가 오히려 급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제도 시행 전에 앞다퉈 주택 처분에 나서고, 일부는 지분 쪼개 팔기 등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LA시는 지난 4월부터 500만달러(약 65억원) 이상 부동산 거래 매도인에게 4~5.5%의 추가 양도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맨션세’를 시행했다. 이후 3개월간 해당 부동산 거래가 34건에 그쳐 1분기 248건에 비해 85% 이상 급감했다. 맨션세는 시세 차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연방정부의 양도소득세와 별도로 매도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지방세다.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납세자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금 납부가 잠정 유예돼 세수가 급감했다. 당초 LA시는 맨션세로 약 9억달러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4~5월 납세액은 1550만달러에 불과했다. 주택보험회사 시카고타이틀의 네이선 스타크 회계본부장은 WP에 “맨션세를 좋은 의도로 도입했을 수 있지만 500만달러 이상 부동산 매각에 추가 비용이 들어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을 공유 지분으로 쪼개 팔거나 집값을 인위적으로 500만달러 이하로 맞추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맨션세는 지난해 11월 주민투표에서 58%의 찬성으로 도입이 확정됐다. 같은 달 당선된 캐런 배스 LA시장이 내세운 ‘노숙인 1만5000여 명에게 주택을 제공하겠다’는 복지 공약과 연계된 정책이다.
LA의 자산가들은 맨션세 부과를 앞두고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부동산을 처분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는 214만5000달러의 추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 3월 할리우드 힐스 자택을 3900만달러에 매각했다. 배우이자 영화 제작자인 마크 월버그는 2월 베벌리파크 저택을 5500만달러에 처분해 세금 302만5000달러를 아꼈다. 1650만달러짜리 저택을 매물로 내놓은 한 자산가는 집 구매자에게 자신이 보유한 애스턴마틴과 벤틀리 등 고급 승용차 중 한 대를 주겠다고 했다.
맨션세는 역사적으로 수차례 증명된 실패 사례를 답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는 2010년대 초반 연 소득 100만유로(약 14억5000만원) 이상인 직원을 둔 기업을 대상으로 연봉 100만유로 초과액의 약 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등의 부유세를 도입했다. 개인 과세를 추진했다가 위헌 결정을 받고 기업으로 우회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얻는 등 부자들의 탈출이 이어졌다. 스위스 300대 부자 중 50명 이상이 프랑스 출신 이민자와 이중국적자로 채워졌고, 결국 이 법안은 몇 년 만에 폐지됐다.
맨션세가 시민단체의 먹거리 마련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민투표 유권자 정보 안내서 따르면 이 법안의 초안은 노숙인 서비스 제공자, 노동조합 및 임차인 권리 단체 등 시민단체가 작성했다. 시민단체들이 지원금을 미끼로 전국의 노숙인들을 LA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칼럼니스트 수전 셸리는 뉴욕포스트 기고문에서 “이 법안은 시민단체 등의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계약에 세금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LA시가 지난해 말 노숙인 문제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상황에 몰린 것은 민주당 지방정부와 의회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에릭 가세티 전 LA시장 시절인 2018년 LA시의 노숙자 수는 3만1285명에서 지난해 4만1990명으로 30%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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