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폐플라스틱 사용 비건 스니커즈 로키 창업자 에마뉘엘 에리보 | “바다에 버려진 폐플라스틱병, 2년간 120만 개 재활용했어요”
“우리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추구한다. 바다에 버려진 해양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신발(스니커즈)을 만드는 이유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2년 동안) 바다에서 수거해 신발을 만드는 데 사용한 폐플라스틱병만 120만 개가 넘는다.”
영국 비건(vegan) 스니커즈 회사 로키(LØCI) 창업자인 에마뉘엘 에리보(Emmanuel Eribo) 최고경영자(CEO)는 6월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로키가 추구하는 사업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21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로키는 폐플라스틱과 생분해(미생물에 의한 자연적인 분해) 가능한 친환경 원료로 신발을 만드는 업체다. 신발 겉면과 끈은 해양 폐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안감과 안창, 밑창 등은 대나무와 천연 코르크, 천연고무 같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 단 1g의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아 비건 스니커즈로 불린다. 공장식 대량생산 체제 대신 포르투갈 포르투 지역에서 25년 이상 경력의 제화공 장인들이 한 켤레씩 수공예 방식으로 신발을 생산하는 건 로키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작년 10월에는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다틴 오트 전 아디다스 글로벌 투자 총괄 등이 450만달러(약 57억5235만원)를 투자해 이목을 끌었다. 투자 직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스니커즈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 로키에 투자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로키는 현재 26개국에 스니커즈를 수출 중이며,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신발을 만드는 이유는.
“바다를 살리고, 해양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판매 수익의 10%는 바다 거북이를 보호하는 단체(SEE Turtles)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니커즈 판매를 통한 기부로 10만 마리 이상의 새끼 거북이를 구할 수 있었다.”
로키가 추구하는 비전은.
“로키는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동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업계 변화를 주도할 새롭고 진보적인 브랜드로 탄생한 게 로키다. 신발 제조사들은 여전히 동물 가죽이나 동물성 콜라겐 접착제를 사용한다. 스니커즈에 사용되는 재료의 약 70~80%가 동물성 재료다. 로키의 경영 비전에는 동물과 환경을 보호할 대안이 담겨 있다. 사실, 로키는 신발 브랜드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신발을 판매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신발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또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지금은 신발 판매를 통해 이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온라인 판매 수익의 10%를 기부하고 있다. 마진(이익)이 남는 게 있나.
“우리는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고객이 기분 좋게 느끼기를 원한다. 여기서 기분 좋게 느끼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돈을 사용해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긍정적인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이타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브랜드가 성장함에 따라 세상에 더 많은 선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금도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후 세상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수공예 생산 방식은 대량생산이 어려워 수익성이 떨어질 텐데.
“대량생산 방식이 수익성이 높은 게 맞다. 문제는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신발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발을 만들고 나중에 신발을 어디로 유통시킬지 걱정하게 된다. 이것이 전통적인 신발 제조사들의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고) 수요가 있는 만큼만 신발을 생산하기 위해, 수작업 생산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발 업계의 기존 사고방식을 깨고 있다.”
과거에 다른 신발 회사를 창업했었다고 들었다.
“2012년 여성용 비건 신발 브랜드인 버터플라이 트위스트를 공동 창업했다. 영국 런던의 한 부엌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를 전 세계 67개국에서 340만 켤레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성장시켰다. 32개의 단독 브랜드 매장을 전 세계에 열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성장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다른 것은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잉 생산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로키 창업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런던이 스타트업이 사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종교가 다양하고, 인종과 연령대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런던은 세상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의 장이면서 여러모로 생각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 다른 곳에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만, 런던에는 매우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해 그러한 특별함이 약간 흐려졌을지 모르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동일하다고 본다.”
다른 신발 브랜드와 협업할 계획은.
“몇 가지 제안이 있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협업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배경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아시아의 별 중 하나다. 음악의 혁신성, 기술의 창의성, 패션의 역동성 등 모든 면에서 보석 같은 시장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글로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Plus Point
아디다스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2024년부터 옷·신발에 100% 활용
아디다스는 2017년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운동화를 선보인 적이 있다. 해양환경보호 단체인 팔리포더오션과 협업한 제품으로, 한 켤레당 평균 22개 플라스틱병이 사용됐다. 아디다스는 2018년 500만 켤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신발을 생산했고, 2019년에는 1100만 켤레까지 생산량을 늘렸다. 2024년부터는 모든 옷과 신발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아디다스는 2021년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신소재인 ‘프림블루(PRIMBLUE)’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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