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인사이드] 중국에서 현지법인 철수할 때 챙겨야 할 것들
중국 기업의 기술 발전에 따른 한국 기업의 경쟁력 상실, 2022년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여러 지역의 강력한 봉쇄 조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 타결과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 전개, 최근 한중 관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철수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법인의 지분 매각이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첫째, 지분 매각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기업이면서 영업 전망에 비춰 보더라도 회복이 어려운 경우라면 신속히 매각 작업을 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는데 그 고객사가 청산 또는 철수한 경우 달리 제3의 고객사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을 때 중국 법인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감소한다. 특수한 업종이거나 특정한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 다수의 매수인을 찾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다수의 매수인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도 있다. 중국에 수백억, 수천억원씩 투자한 후 사업이 부진해 1달러 또는 0위안만 받고 매각하는 안타까운 사례들도 종종 있다.
둘째, 매각 방식을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 거래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 청산과 달리 지분 매각의 경우 매수인(양수인)이 존재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적절한 매수인을 찾을 수 있는지, 매수인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큰지, 매수인이 중국 투자자인지 해외투자자인지, 지분 전부를 매각할 것인지 또는 일부만을 먼저 매각한 후 나머지 매각 여부는 향후에 결정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그에 따른 거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매수인이 중국 투자자인 경우 중국 외환 규제로 인해 중국 회사의 주주 명의를 매수인에게 이전등기를 해 준 다음에야 비로소 매각 대금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주주 명의를 이전해준 후 매각 대금을 송금받을 동안 리스크에 노출된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중국 내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하고 매수인이 매각 대금 상당액을 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하게 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며, 중국 회사 지분에 질권을 설정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지분을 전부 매각하지 아니하고 일부만 매각하는 경우에는 지분양수도계약과 주주 간 계약을 함께 체결해야 하는데, 준거법, 분쟁 해결, 새로운 주주와 관계 설정에 대해 유의할 사항이 많다.
셋째, 중국 법인이 합자 법인(joint venture) 형태로 설립된 경우에는 합자 법인의 다른 주주에게 매각하는 것이 가장 빨리 엑시트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안이다. 그 이유는 합자 법인의 다른 주주는 이미 합자 법인을 함께 경영해 왔으므로 합자 법인의 현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합자 법인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를 할 필요가 없거나 실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간단한 실사만 해도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제3의 투자자에게 매각하려는 경우 △우선 제3의 투자자를 먼저 찾아야 하고 △제3의 투자자는 합자 법인에 대해 강도 높은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중국 회사법에 따르면 제3 투자자에게 매각하기 전에 다른 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실무상 관할 시장감독관리국에서 주주 명의 변경등기에 대한 다른 주주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합자 법인의 다른 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안에 비해 절차가 좀 더 복잡하고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거래 종결까지 비밀 유지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무렵부터 실사, 협상, 계약 체결, 거래 종결에 이르기까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비밀 유지가 되지 않은 채 중간에 거래가 중단되면 직원들은 동요하고, 기술은 경쟁사에 유출돼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거래 전반에 걸쳐 비밀 유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경영자집중신고(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 거래인지를 반드시 검토하고 거래 일정에 반영해야 한다. 경영자집중신고가 통과되는 기간은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거래 종결을 지연시키는 주된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경쟁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민감 정보 공유로 인한 카르텔 등 반독점법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여섯째, 매각 절차 초기에 매도인 스스로 중국 법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중국 법인에 어떠한 문제들이 있으며 매수인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검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스로 경영할 때에는 ‘그럴 수도 있는’ 문제가 제삼자가 투자할 때는 ‘그래서는 안 되는’ 문제가 되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처벌받지 않은 채 경영했다는 사실이 향후에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일곱째, 잠재 매수인과 협상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매각 가격 외에도 진술 및 보장, 확약 조항, 거래 종결의 선행 조건, 매각 대금 지급 방식, 매각 대금 지급 보장 방안, 세금 부담, 관련된 절차의 진행 주체, 위약 책임, 분쟁 해결 등 조항에 대해 세밀한 협상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어느 당사자에게만 유리한 조건들을 고집하다가는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합의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여덟째, 당장 중국 법인을 매각할 계획이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면 매각에 장애가 될 사항들을 점검하면서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최초 투자 당시 지방정부와 체결한 투자 계약에서 지분 매각에 장애가 될 조항이 존재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또한 합자 법인의 경우 합자 계약상 매각에 걸림돌이 될 만한 조항이 있는지, 중국 법인에 대해 한국 본사가 주주 대출을 해주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중국 법인이 대출받는 과정에서 한국 본사가 보증을 할 때 합자 법인의 다른 주주도 지분율에 따라 주주 대출 또는 보증할 것인지 또는 다른 담보를 제공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본사 임원들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법 측면에서의 검토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경업 금지나 유인 금지 의무를 부담한다면 지역적 범위, 기간 등에 유의해 적절한 선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여러 개의 법인이 있을 경우 일부는 청산, 일부는 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고, 어느 중국 법인에서 존속하는 다른 중국 내 법인들을 위해 인사, 재무, 법무, 정보기술(IT) 등 분야에 대해 소위 셰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만큼 중국에서 일거에 사업을 모두 철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으며 일시적인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축소한 후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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