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미래 세대에게 남기는 우리의 환경 부채
미국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정부에 묻는 젊은 세대의 행동이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몬태나주의 5~22세 주민 16명이 “주 정부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며 제기한 소송 재판이 6월 12일(현지시각) 루이스 앤드 클라크 카운티에서 개시됐다. NYT는 이 소송이 실제 법정에까지 도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 여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갖게 된 최초의 사례라고 전했다.몬태나주는 산지로 이뤄진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몬태나주 북서부에 있는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얼음에 덮인 산과 호수를 자랑한다. 원고 측은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빙하가 줄어들고, 산불 시즌이 길어지는 등 주 전역에 걸쳐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에서 이들은 주 정부가 3년 전 처음 고발당한 후에도 지구온난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이 재판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가 국민을 기후변화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느냐’를 다루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운동가들이 그간 제기한 유사한 법정 소송들이 모든 주에서 기각돼 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전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기후변화 소송은 2015년 미국 21명의 아동·청소년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미 오리건주 지방법원은 2016년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제9 연방항소법원은 원고 자격을 부인하며 각하했다.이에 대해 필자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안전한 미래를 보장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환경 훼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종종 후대가 물려받을 부채 부담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이러한 도덕적 주장은 미국 공화당이 의회 내에서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을 반대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화당은 이른바 세계경제를 인질로 잡고 미국의 명성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출을 줄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현재의 정책과 재정적 책무가 ‘자손의 이익에 어떻게 더 부합할 수 있는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화당은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된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① 대차대조표의 양쪽 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산과 부채의 차이다.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자산이 더 많이 증가한다면, 국가는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인프라·교육·연구·기술 등 어떤 분야에 투자하든 똑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 자본 즉, 물·공기·토양 등의 가치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토양이 오염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부채는 단지 우리가 서로에게 빚진 것에 불과하다. 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조정하기 위해 뒤섞을 수 있는 종잇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환경 부채’는 다르다. 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날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고,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을 만한 돈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처럼 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현명한 지출은 빚이 생기더라도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는 데 따른 건강 가치 등 환경 투자의 직접적인 이득을 금전적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보장돼야 할까. 현재 미국 정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연간 2.5~5%의 할인율을 이용해 2020년 시점에서의 탄소 배출 비용을 1t당 약 50달러(약 6만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7% 할인율을 설정해 탄소 배출 비용 추정치를 1t당 7달러(약 9000원)로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7%의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미래 세대는 기온이 3도 이상 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투자는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돼야 한다. ‘보험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② 실질금리보다 낮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미국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1% 내외를 기록했다. 따라서 적절한 할인율은 7%보다 현저히 낮아야 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2.5~5%보다도 낮아야 한다. 심지어 마이너스여야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면, ③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2도로 제한하는 국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할인율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이 한계선을 넘어 기온이 영구적으로 상승하도록 허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기후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견뎌온 화재, 허리케인, 홍수, 가뭄 등 재난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사용한 할인율을 적용한 계산으로도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미래 세대의 권리는 무엇인가. 우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아이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는 오늘날 환경에 대한 피해가 향후 아이들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에겐 환경오염을 개선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은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 미래를 보존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몬태나주에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 청소년들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어른들도 이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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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정한 시점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회계보고서로, 기업이 그 시점까지 자금을 어디서 얼마나 조달해 어떻게 투자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이 자산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갚아야 할 부채는 얼마인지, 부채 상환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은 충분한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②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한 금리.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 이자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③ 전 세계 약 190개국이 2015년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으며 세운 국제 기후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연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도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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