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잡는다"···'전기차 비저너리' 정의선, 1년새 투자규모 66% 더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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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4월 국내 최대 규모 모빌리티 산업 전시회인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깜짝 방문했다.
현대차그룹이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꼽힌다.
특히 최대 적수인 테슬라가 막대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과 전기차 가격 인하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현대차그룹도 뒤처지지 않도록 전동화 전환 계획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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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플랫폼 'E-GMP' 개발 이어
2년후 '통합 모듈러' 선보일 예정
테슬라 맞서 美전용공장 설립 속도
2025년 전차종 SDV 전환도 추진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파괴적 혁신가’로 불린다. 1967년 회사 설립 이후 56년간 내연기관차를 개발·생산했던 현대차·기아(000270)는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10월 이후 전동화 전환에 앞서가는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모터스(motors)’에서 ‘모빌리티(mobility)’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꿔가는 데 집중한 결과였다. 그는 ‘엔진이 달린 자동차’만 만들어서는 전동화로 빠르게 전환 중인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움직였다.
정 회장이 주도한 전기차 전략은 테슬라 일색이었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균열을 일으켰다. 친환경차 시장의 본격적인 재편기에 아이오닉5·EV6 등 차별화된 성능과 디자인의 신차들을 적기에 출시했고, 전기차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단숨에 판매 상위권에 올렸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그런 그를 주목하고 ‘최고의 혁신가’로 선정했다.
‘전기차 퍼스트 무버’를 향한 정 회장의 확고한 의지는 지난달 현대차가 주최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드러났다.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1년 만에 연평균 전동화 관련 투자 규모를 기존 2조 1560억 원에서 3조 5800억 원으로 66%나 높였다. 절대적인 투자 규모는 글로벌 1위 완성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나 유럽 최대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많지만 투자 증가율만 놓고 보면 현대차가 도요타(23%), 폭스바겐(35%)을 앞선다.
정 회장은 전기차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전기차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선대 회장이 국내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로 자가용 시대를 열었고,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 경영과 글로벌 경영으로 오늘날 현대차그룹의 기틀을 다졌던 것처럼 정 회장은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그룹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기를 원한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전기차 시대를 준비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정 회장의 방향성 아래 구체화됐다.
정 회장은 기술 개발의 주요 단계마다 직접 점검하며 혁신적 신기술 적용을 적극 주문하고 시장과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릴 당시 정 회장이 플랫폼 개발을 밀어붙이면서 E-GMP가 빠르게 완성될 수 있었다.
전동화 전환 속에서 그룹의 기틀을 닦은 품질 경영의 원칙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지난해 3월 정 회장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양산을 앞두고 “만의 하나라도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출시 일정을 미루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품질에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품질 경영은 아이오닉을 비롯한 전용 전기차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원동력이 됐다.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전기차들은 미국·유럽의 각종 상을 휩쓸었다. 아이오닉6는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가 발표한 ‘2023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됐다. 지난해 아이오닉5에 이어 2년 연속 ‘올해의 전기차’ 수상이다. 기아 EV6도 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플랫폼 개발과 함께 전기차 전용 공장에도 속도를 낸다. 미국 조지아주에 세울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은 내년 하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공사 중이다. 이 공장은 급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연간 30만 대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울산 공장 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신개념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는 등 올해 약 35만 대인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까지 144만 대로 늘린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30년 미국·유럽·한국 등 주요 지역에서의 전기차 생산 비중을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8%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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