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수신료 회피로 기소된 비중 여성이 월등히 높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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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소자 중 여성 비중은 4분의3가량, 2018년 73%에서 2022년 75%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2015년부터 여성 기소자 비중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2017년 정부 권고에 따라 BBC가 관련 조사를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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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및 저임금 일자리에서 높은 여성 비중, TV수신료 미납에 따른 기소율 이어져
BBC, 수신료 할부·재정상담 지원 등 10대 계획 밝혀...성별격차 해소 의문이라는 지적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수신료 미납으로 기소되는 이들의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10대 계획을 내놨다. 영국 여성의 경제적 취약성이 수신료 미납 및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발표한 계획이 성별격차 해소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의 정기간행물 '해외방송정보' 7월호에서 주대우 영국 통신원이 관련 보고서를 분석했다.
BBC 'TV 라이선스 회피에 대한 기소의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TV수신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기관·가구는 약 2490만 곳, 이 중에서 약 260만 곳이 수신료 지불을 기피하고 있고, 수신료를 내지 않은 이들의 1.92%(전체 부과 대상의 0.18%)가 법정 기소됐다. 영국 TV수신료는 연간 159파운드(한화 약 25만 원)로 한국(연간 3만 원)의 8배 이상이다.
전체 기소자 중 여성 비중은 4분의3가량, 2018년 73%에서 2022년 75%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신료 미납에 따른 전체 기소자 규모가 같은 기간 12만8000여 명에서 4만4000명으로 6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보고서는 수신료 징수기관인 TVL(TV Licensing)이 의도적으로 특정 성별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으며, 여성 기소자가 많은 이유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먼저 가구 구성 면에서 영국 1인 가구의 62%가 여성이고, 한부모 가구 87%의 가구주가 여성이라고 했다. 이는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해도 통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0%p 더 많이 기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여성이 남성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에 수신료 지불 위반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방문조사관이 찾아갔을 때 문을 열어준 사람의 61%가 여성으로 남성 대비 1.5% 많았고, 남성이 처음 문을 열더라도 조사 응대를 여성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본인이 문을 열어준 경우 여성은 85%, 남성은 70%가 본인이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경제적 취약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영국의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보다 약 3000파운드(한화 약 488만 원) 낮으며 저임금 노동자의 60%, 시간제 노동자의 73%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여성이 가구주인 한부모 가정은 자녀의 39%가 빈곤을 경험했고, 여성의 21%는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이 기소되는 문제는 수신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형사 사법 시스템을 접하는 여성은 사회에서 취약한 계층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BBC는 기소자 남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10대 실행계획으로 △수신료 할부(12개월 혹은 격주) 대상 확대 △수신료 지불이 어려운 가정을 재정상담 기관과 연계 △재정상담 지원 가구의 수신료 징수 두 달 유예 △방문조사원 교육 △기소 전 수신료 지불 기회 부여 △기소자들이 수신료를 내고 기소 중지될 수 있도록 지원 강화 △미지불 사유에 대한 증빙 절차 간소화 △재범자에게도 유예기간 부여 △방문조사 대상 가구 기준 개선 △고객과의 소통 강화 등을 밝혔다.
다만 주대우 통신원은 이번 10대 계획이 기소자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봤다. 이미 2015년부터 여성 기소자 비중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2017년 정부 권고에 따라 BBC가 관련 조사를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계획 상당수가 '효과가 있으면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라는 점에서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정책의 기대효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음에도 이러한 단계를 생략한 채 시장에서 정책의 효과를 직접 시험해보겠다는 방향성은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10대 계획 중 실제 '남녀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주 통신원은 “TVL은 전체 기소자를 줄인다면 여성 기소자 또한 줄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인 기소자 수에 있어 남녀격차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유일하게 여성 기소자 비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은 방문 대상 가구 선정 시 성비를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계획 또한 여성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고 남성보다 여성이 방문조사에 응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면 여전히 성별 격차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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