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정상회담: 협력의 새로운 도약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

2023. 7.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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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베트남 정상회담

2023년 6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고, 트엉 국가주석 역시 한국이 우선순위의 중요 국가라고 밝혔다.

또한 양국 정상은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음을 확인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이하 행동계획)을 채택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한국은 베트남과 1992년 12월 22일에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냉전 시기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이 참전하였다가 철수한 이후 베트남과 외교관계는 단절되었으나, 1986년부터 베트남 정부가 ‘도이 머이’라 불리는 개혁 개방을 추진한 이후 양국 간에 다시 국교가 수립된 것이다.

이후 한-베트남 관계는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2009년에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였고 2022년에는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이는 베트남이 맺는 최고 수준의 대외협력 관계인데,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한국은 네 번째로 베트남과 최고 수준의 협력관계를 맺게 된 것이다.

냉전 시기 베트남과 대립했던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이 한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3년 6월 한-베트남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행동계획은 양국 간 최고 수준 협력관계의 내실을 다진다는 의미가 크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3(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아세안 연대구상

2022년 12월 5일 발표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공동 선언문에서 양국은 정치·외교, 국방·안보·치안, 경제·무역·투자, 개발협력, 농업·에너지, 과학기술·정보통신, 노동·보건·교육, 문화·관광·인적 교류 등 광범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주목할 것은 한국 측은 한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한국판 인태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이하 KASI)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으며, 베트남 측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는 사실이다.

한국판 인태전략과 KASI는 2022년 11월 11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것으로,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외교 전략이다. 자유, 평화, 번영을 지향하는 인태전략이 인도와 태평양 지역을 포괄한 것이라면 KASI는 아세안에 특화된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

KASI는 8개 중점 추진 과제와 이하 34개 주요 성과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8개 중점 추진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한-아세안 관계 격상 및 아세안 회원국과의 관계 강화, (2) 아세안 주도 협력 메커니즘 내 한-아세안 협력 제고, (3) 한-아세안 포괄안보 협력 확대, (4) 한-아세안 전략적 공조 활성화, (5) 한-아세안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한 미래 분야 협력 확대, (6) 지역·국제적 도전과제 대응을 위한 한-아세안 협력, (7) 미래 번영을 이끄는 차세대 교류 증진, (8) 아세안 관련 협력기금 등 각종 협력 재원 확충.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과 베트남

KASI 이행에 베트남이 매우 중요하고, 베트남 역시 이를 환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국 간 교역과 투자 규모가 막대하게 커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한 해 동안 한국은 베트남과 877억 달러 규모의 교역을 했는데, 이는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특히 2022년 한국은 베트남과 교역에서 343억 달러(약 43조 원) 흑자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교역 상대국 중 최대 규모로서 베트남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미-중 경쟁으로 인한 세계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베트남이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90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급속하게 증가하여 1998년부터 2019년 사이 누적 투자액 67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20일 기준 한국이 베트남에 등록한 자본금은 약 810억 달러로서 세계에서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35%를 책임지고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 사업장의 수출은 2022년 베트남 전체 수출의 17.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한-베트남 정상회담 기간 채택된 행동계획에서는 빠른 시일 내 양국 간 교역규모 10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고,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그 외에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이행하기 위하여 정치·국방·안보, 개발협력·농업, 과학기술·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마련되었다.

주목할 점은 국방장관회담, 국방전략대화 및 방산 기관 협력, 군 교육훈련 등을 통한 국방 협력을 강조하면서 해군 및 해경 퇴역 함정 양도 등을 통해 베트남의 해양안보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영토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은 미국과 해군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해양안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 여기에 힘을 보태는 것은 베트남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경제와 더불어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처럼 강화한다면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한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2023년 한-베트남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 발전뿐만 아니라 KASI를 이행함으로써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외교 목표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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