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 현실화] 징수액 반토막 가능성···"자구 노력으로 수신료 가치 입증해야"

윤민혁 기자 2023. 7. 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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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신료 '별도 고지서' 발송
납부 의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TV 없는 시청자 '해지' 늘어날듯
[서울경제]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 절차를 마무리하고 의결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1994년 도입됐던 전기료 합산 징수 방식이 30년 만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할 경우 연간 7000억 원에 육박하는 한국방송(KBS) 수신료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재정 악화에 따른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지금껏 국민이 낸 수신료를 기반으로 방만 경영을 하면서도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KBS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상정된다. 현 3인의 방통위원 중 2명이 여당 인사로 안건은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후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시행된다.

분리 징수가 도입되면 현재 한국전력이 전기료와 함께 통합 징수하는 월 2500원의 TV 수신료를 별도로 걷어야 한다. KBS와 한전은 협의를 거쳐 연내 구체적인 분리 징수 방안을 확정·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 징수 시나리오로는 한전이 수신료 징수 대행을 지속하면서 전기료와 수신료를 분리해 청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전기료와 수신료를 별도 청구하는 식이다. KBS가 한전 외 다른 납부 대행사를 선정하거나 자체 징수에 나설 수도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가능성이 낮다. KBS가 수신료 징수를 위한 별도 인력·조직을 구성하기 어렵고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한전으로서도 연간 400억 원 이상인 수수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한전은 징수에 따른 행정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수수료를 더 높게 받을 수도 있다.

KBS 수익 최대 4000억 깎일수도···"공영방송 상업화 부추길것" 우려

수신료 분리 징수가 이뤄져도 납부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 TV 수상기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에 가입하더라도 ‘전파’를 수신할 TV가 있다면 KBS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에 TV가 없다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통합 징수가 이뤄지는 현재도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이미 낸 수신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한다면 전기료를 걷어가는 관리사무소에 TV가 없음을 알리고 납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면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단독주택에 거주한다면 한전과 KBS에 TV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분리 징수가 이뤄질 시 별개의 통지서를 받아든 TV 미보유 시청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해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정이 늘고 전기료에 수신료가 ‘준조세’처럼 기본 사항으로 들어 있다 보니 KBS 수신료는 늘어나는 추세다. TV 미보유 1인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경우 KBS로서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TV를 보유한 시청자들이 ‘거짓 해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본 NHK는 거짓 해지 방지를 위해 징수원들이 각 가정에 수차례 방문해 수상기 유무를 일일이 확인한다. KBS도 1970년대까지는 자체 징수원을 고용했다. 다만 NHK는 수신료가 연 12만 원 선으로 높은 편인 반면 KBS 수신료는 연 3만 원에 그친다. 인건비 부담을 감안하면 징수원 고용은 비효율적이다. 현실적으로 거짓 해지에 대한 대응이 힘든 셈이다.

지난해 KBS 총수입은 1조 5305억 원으로 이 중 수신료는 6934억 원이다. 분리 징수가 이뤄지면 최대 4000억 원의 수신료가 증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현재 90억 원가량인 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상적인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분리 징수가 이뤄지더라도 수입 감소를 보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분리 징수에 앞서 과거 통합 징수가 시행된 역사적 맥락과 이유를 감안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성·방만경영 지적 이어져···"구조조정 등 체질개선 먼저" 비판

반면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는 상황을 KBS가 자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KBS는 매번 정권 교체 시마다 경영진 교체와 편파 보도 논란을 겪었다. 2021년 말 기준 KBS의 1억 원 이상 고연봉자 비율은 51.3%에 달했다. 특히 2020년 말 기준 1억 원 이상 연봉자 중 무보직자가 1500여 명에 이른다.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는 현시점에서도 자구 노력보다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하며 오히려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 여론도 거세다. 공영방송의 대표 주자인 영국 BBC와 일본 NHK 또한 KBS와 유사한 이유로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에 직면한 상태다. BBC는 구조 조정과 함께 2028년부터 수신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NHK는 수신료를 계속 인하하면서 납부 반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분리 징수 여부를 떠나 수신료 납부에 거부감을 갖는 국민이 많은 것은 KBS가 그만큼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며 “자기반성과 함께 구조 조정을 포함한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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