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바비’ 주역들…30분 미리 본 영화는 어떤 색깔?
영화 '바비'의 감독과 배우들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달 중 국내 개봉을 앞두고 오늘(3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아메리카 페레라는 "바비 인형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화"(로비), "인형을 통한 성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페레라)라고 귀띔했는데요.
영화 '레이디버드'와 '작은 아씨들'을 만들며 연기와 연출 두 가지 분야에서 활약해 온 그레타 거윅 감독은 "어린 시절 내가 들어가고 싶었던 세계를 창조한 너무나 신나는 작업"이었다며 기대를 불어넣었습니다.
[연관 기사] [현장영상] 할리퀸에서 바비로 변신…‘걸어 다니는 인형’ 마고 로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14088
■ '맛보기 30분'으로 먼저 본 '바비'는 기대 반, 걱정 반…왜?
아직 '바비'는 국내 심의를 거치고 있어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자들과 사전에 당첨된 관객들에게 공개한 30분 분량의 '맛보기' 영상이 알려진 내용 전부인데요. '스포일러'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해당 내용을 설명합니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것처럼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오마주하며 60여 년에 이르는 바비의 역사를 빠르게 훑습니다. 오직 엄마 놀이밖에 할 수 없는 아기 인형 대신, 처음으로 성인 여성 형태의 장난감이 세상에 나오면서 수많은 여자아이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여성상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 온갖 종류의 직업과 인종, 신체 형태를 가진 바비가 출시되며 미의 기준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강화한다는 고질적 비판을 수용하는 단계를 거치죠.
그러나 전작에서 꾸준히 여성주의적 관점을 드러내 온 그레타 거윅에게서 이렇게 평범한 영화를 기대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거윅 감독은 이내 숨겨둔 발톱을 드러냅니다. 수많은 바비 인형을 선보이며 낙관적 환상을 전시하던 초반 도입부 영상에서, 영국의 대배우 헬렌 미렌이 맡은 내레이션은 한순간 명백한 조롱조로 외칩니다. '바비 덕분에 여성 인권 문제와 평등권 문제가 모두 해결됐어요!' 자본주의 첨병이 빚어낸 인공 상품 속에서 몇 개 늘어난 선택지로 쉽게 '페미니즘'을 말할 수 없다는 감독의 '일침'입니다.
이후로도 영화는 바비 세계의 아름다움에 매혹됐다는 걸 숨기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이 세계가 가짜라는 걸 환기하는 농담을 이어갑니다.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다소 부끄러워하는 성인이 할 법한, 일종의 내부자 농담들로 이뤄진 도입부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주인공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모든 게 완벽하던 인형 세계의 마법이 깨지면서, 셀룰라이트와 평평한 발바닥, 불면증과 죽음에 대한 생각 등 '인간'이라면 응당 겪을 법한 증상이 마고 로비가 연기하는 '바비'에게 찾아오고, 이를 해결할 방법은 현실 세상으로 들어가 자신을 가지고 노는 인간 여자아이를 만나는 것뿐이라고 코미디 스타 케이트 매키넌이 연기하는 '괴짜 바비'는 조언합니다. 아이의 감정이 인형에게도 옮겨가기 때문이라는 설정으로 영화는 현실 세계의 여성 문제를 엮어낼 구조를 갖춥니다.
■ 페미니즘 담고 싶은데, 회사 눈치도 봐야…실제 알맹이는?
문제는 여기서부터 영화 '바비'가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들 외에 얼마나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알맹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메시지 자체가 새롭지 않다는 건 아주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공개된 영상만 두고 봤을 때 '바비'는 백인 중산층 사회만의 문제 의식과 해결책에 갇혀 있는 '화이트 페미니즘'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자신이 지적하려던 그 한계에 갇히는 오류를 범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가 두 개의 목표 사이에서 분열된 것처럼 보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존재합니다. 오늘 지상파 방송사들과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인 마고 로비는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반면, '바비 유니버스'를 설계한 마텔 영화사의 총괄 프로듀서 로비 브레너는 페미니스트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게 '타임'지의 보도 내용입니다.
바비의 제작사인 마텔 사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내놓고 있는 마블이나 DC처럼 바비를 활용한 2차, 3차 수익을 내고 싶어 합니다. 장난감 제조 회사에 머무는 대신 캐릭터를 활용한 영화와 테마파크, 게임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사업 계획의 일부인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바비'의 제작진과 각본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유니버설에서 소니로, 다시 워너 브러더스로 제작사가 넘어갔고, 한때 주연과 각본을 맡기로 했던 코미디 배우 에이미 슈머도 하차했습니다. 소니의 각본이 충분히 페미니즘적이지 못할뿐더러, '쿨하지 못한' 작품이었다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타임'지 기사에 따르면, 마텔의 리처드 딕슨 사장은 거윅 감독과 논쟁하러 런던의 세트장까지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특정 장면이 브랜드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대본에는 다 담기지 않는 연출 의도를 설득하기 위해 마고 로비와 거윅이 직접 그 장면을 연기하고 나서야 마음이 풀렸다고 합니다. 촬영 과정조차 순탄지 않았던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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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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