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운 음식물쓰레기 냉동고에 '꽁꽁'…식중독균 번진다

정심교 기자 2023. 7. 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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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매년 여름이면 집안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는 게 바로 '음식물쓰레기'다. 조금만 방치해도 악취가 코를 찌르는 데다, 초파리가 어디선가 등장해 날아다녀서다. 음식물쓰레기 관리를 잘못하면 악취의 늪에 빠지는 건 물론 식중독에 걸리거나, 피부염·장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음식물쓰레기 관리법에 대한 오해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적잖다. 여름철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풀어본다.
Q. 날파리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저절로 생긴다?
X 음식물쓰레기를 놔두면 '날파리'가 잘 꼬인다. 날파리의 공식 학명은 '초파리'다. 초파리의 이름에 초(醋)가 들어가는 건 그만큼 신맛을 좋아해서다. 특히 초파리는 과일 껍질의 신맛을 탐닉한다. 과일을 깎으면 공기 중 미생물과 과일 껍질이 발효해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후각이 매우 발달한 초파리는 아파트 화단 같은 수풀에 숨어 지내다가 과일 냄새를 맡으면 그곳으로 날아간다. 아파트 10층에서 과일을 깎아도 1층 화단에서 잽싸게 날아갈 정도다. 문제는 초파리 몸집이 작아 방충망 구멍도 쉽게 통과한다는 점이다. 초파리가 이상하게 많아졌다면 음식물쓰레기, 특히 과일 껍질을 2주가량 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초파리는 알을 낳은 지 보름 후 성충이 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파리 중 쉬파리(회색 가슴에 검정 줄무늬가 있음)는 된장·간장 등 장류를, 검정파리(초록빛이 나며 날 때 시끄러운 소리를 냄)나 쉬파리는 상한 고기를 좋아한다. 바퀴벌레는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Q. 음식물쓰레기통에서 병이 옮길 수 있다?
O 세균에게 따뜻한 온도(35도 안팎)와 먹잇감, 축축한 곳은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세균의 천국인 셈이다. 음식물이 물기를 말리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면 그야말로 세균의 온상이 된다. 세균은 빠르면 20분에 두 배로 불어난다. 쓰레기통 속 균은 대부분 '기회 감염균'이다. 다시 말해 건강한 사람에겐 문제가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에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단 얘기다. 예를 들어 과일 껍질을 길게 깎아 버렸는데 쓰레기통 밖으로 껍질 일부가 나왔고, 20분 후 이 껍질을 손으로 만지면 손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상처 난 피부에 음식물쓰레기의 황색포도상구균이 닿으면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실수로 입에 넣었다면 살모넬라균·이질균·황색포도상구균이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Q.얼리면 세균 죽고 냄새도 없어진다?
X 음식물은 고온에서 부패가 빠르므로 온도가 상온보다 낮은 냉동실에선 음식물의 부패 속도가 느려 냄새가 덜 난다. 따라서 냄새를 줄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음식물쓰레기를 얼렸다고 세균이 다 죽는 건 아니다. 리스테리아균·노로바이러스 등 세균은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는다.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완벽히 밀봉되지 않으면 번식해 냉동고 속 다른 식자재에까지 퍼지고, 이들 식자재를 요리해 먹으면 발열·설사 같은 증상과 함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여름철 음식물쓰레기는 위생을 위해 모아두지 말고 바로 버려야 하며, 부득이하게 냉동실에 보관해야 하면 음식물쓰레기에 식초를 뿌리고 지퍼백·밀폐용기 등으로 이중 밀봉해야 안전하다. 음식물쓰레기는 80% 이상이 수분이다. 봉지에 버리기 전, 물기만 빼도 세균·곰팡이·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Q. 음식물쓰레기 악취는 오래될수록 심해진다?
X음식물 썩는 냄새는 미생물이 밥을 먹고 내뿜는 '방귀'로 이해하면 된다. 음식물쓰레기 대부분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으로 구성된 유기물이다. 이 유기물이 공기와 음식 속 미생물과 반응할 때 냄새를 풍긴다. 미생물이 먹은 단백질은 점점 쪼개져 질소화합물 또는 황화합물을 만들어낸다. 계란을 먹은 후 방귀 냄새가 독한 것도 황화합물 때문이다. 질소화합물(암모니아질소·질산성질소)의 한 종류인 암모니아질소는 음식물이 썩는 동안 많이 나오는데, 이것이 악취를 일으킨다. 반면 시간이 더 지나 음식물이 완전히 푹 썩으면 질산성질소가 나오는데, 이땐 음식물쓰레기의 냄새가 적다. 미생물이 더 이상 먹을 게 없어 발효를 멈춰서다.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줄었다는 건 그만큼 음식물쓰레기가 오래됐다는 신호다.

도움말=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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