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39만·주말 51만원···그린피 천정부지 인상 왜?
대중형 골프장에만 개소세 면제
면세 없는 비회원제는 가격 올려
일부선 시간별 차등요금 꼼수도
"고객에 세금 떠넘겨" 불만 고조
‘최상의 코스 관리와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강원도의 A 골프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이 문구와 함께 이달 1일부터 그린피를 올려 받고 있다. 최고 37만 원(토요일 1부)이던 그린피가 지금은 40만 원이다. 팀당 캐디피 15만 원에 카트비 12만 원을 더하면 식음에 드는 비용을 빼고도 18홀 라운드에 1인당 46만 7500원이 드는 것이다. ‘하이엔드’를 표방해 이달 중 역시 강원도에 문을 여는 B 골프장은 주말·공휴일 그린피로 51만 원을 책정했다. ‘오픈 기념’ 할인이 있지만 어쨌든 정가는 주중 39만 원, 주말 51만 원이다. 여기에 캐디피 16만 원, 카트비는 20만 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폭등했던 골프장 이용료는 엔데믹으로의 전환과 함께 진정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하지만 반대로 이용료를 더 올리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골퍼들은 “그린피가 내렸다는데 체감이 되지 않는다” “골프 대중화는 여전히 먼 나라 얘기 같다”고 불만을 얘기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시행령 적용으로 비회원제 골프장에는 이달 1일부터 개별소비세 2만 1120원이 부과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로 구분돼 회원제 골프장만 개소세를 내왔다. 하지만 골프 붐이 일어난 팬데믹 기간에 대중제 골프장들이 그린피 등을 지나치게 올려 폭리를 취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대중제 골프장을 ‘비회원제’와 ‘대중형’으로 나눠 대중형에만 개소세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대중형 골프장은 봄가을 평균 그린피가 주중 18만 8000원, 주말 24만 7000원 이하여야 한다.
안 내던 세금을 이달부터 내야 하는 비회원제 골프장들의 일부는 기존 그린피에 약 2만 원을 더한 금액을 결제하도록 안내하면서 이용객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앞서 언급한 A 골프장은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개소세로 인한 인상분에다 약 1만 원을 더 받는다. 세법 시행령 적용 이전부터 슬그머니 그린피를 올린 곳이 있는가 하면 ‘2만 1000원만 더 내시라. 1인당 120원은 골프장이 부담한다’며 선심 쓰듯 홍보하는 곳도 있다. 인기 골프장들이 ‘프리미엄 퍼블릭’ ‘프레스티지 클럽’을 내세우며 앞다퉈 그린피를 인상하다 보니 “골프 칠 만해졌다는 얘기가 와닿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골프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에 걸맞은 코스 수준과 서비스가 보장된다면 그린피 인상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과하다 싶을 만한 그린피를 받는 곳이라면 그만한 자격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30만 원 후반의 당시 국내 최고가 그린피로 10년 전 개장한 남해의 한 골프장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코스와 바다 건너 치는 홀 등으로 나름 차별화가 확실했다. 코스 관리나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내륙의 산지에 지어진 골프장으로서 한계도 분명할 텐데, 초고가 정책의 성패는 결국 소비자 선택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했다.
골프장 업계의 또 다른 한 관계자도 “하이엔드 콘셉트와 그에 따른 가격 정책은 골프장 자율이고, 국내 골퍼들도 외국처럼 다양한 선택지와 경험을 제공받게 됐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기도 하다. 대신 골퍼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며 “비회원제 골프장들이 개소세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린피와 카트비를 더한 금액이 가격 표시의 기본이며 골프장이 부담하는 세율은 골프 요금에 비례한다. 우리도 참고하며 되짚어볼 부분”이라고 했다.
일부 대중형 골프장의 꼼수 운영도 골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주중 18만 8000원, 주말 24만 7000원을 평균으로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새벽이나 야간 시간대에만 싸게 받고 토요일 1부 등 대다수 골퍼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의 그린피는 오히려 이전보다 높게 받는 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대중형 골프장의 상반기 4~6월 성수기 그린피 자료를 받아서 분석 중이다. 그린피는 기준에 맞추되 식음이나 다른 부분을 올려 받거나 평균 그린피 상한 자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며 “실효성 높은 정책으로 자리 잡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 초고가 정책을 펴는 일부 비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형 골프장들의 경쟁력을 더 높여서 골퍼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높은 수준의 골프장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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