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 샛별' 최동구, 이유있는 마블리의 선택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이게 꿈이야? 생시야'?
1년 전, 배우 최동구는 휴대폰에 뜬 이름 석자를 보며 볼을 꼬집었다. 마동석. 휴대폰이 울리던 그 때 그 순간을 최동구는 선명히 기억한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전화가 울리자 시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좋은 소식이길 바라는 긴장과 설렘이 주변을 채웠다.
최동구에게 ‘범죄도시3’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천만(영화진흥위원회 기준) 돌파라는 놀라운 관객수 때문이 아니다. 꿈을 꾸는 자에게 주어진 행운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범죄도시3'를 통해 몸소 체험했다. 오디션을 본 순간부터 마동석에게 화답을 듣기까지 걸렸던 모든 시간과 과정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범죄도시3' 개봉 후 만난 최동구의 눈빛은 꿈에 젖어 있었다. 소망을 이룬 자의 행복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필모 대부분이 양아치 캐릭터"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숱한 배우들이 도전한 ‘범죄도시3’ 오디션에서 자신만의 차별점을 부각하기 위해 많인 노력을 기울였다.
의상부터 소품까지 준비물을 챙기는 것은 물론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모든 빌런 역을 곧바로 현장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모든 오디션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했다. 하지만 오디션을 마치고 나올 때의 예감은 썩 좋지 않았다. 이상용 감독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아 더 잘할 걸' 미련의 감정이 몰아쳤다.
“최선을 다 했는데 다 보여드리지 못하 것 같기도 하고, 어떤 결과가 될 지 긴장했어요. 오디션 당시 이 감독님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는데 마 선배에게 절 ‘괜찮은 배우 같다'고 말씀하셨데요. 두 분이 좋게 봐주신 덕에 꿈에 그리던 오디션에 합격했고,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형사 역을 맡을 수 있었어요. 예상 보다 비중이 큰 캐릭터를 주셔서 깜짝 놀랐죠. 아직도 마 선배에게 전화가 온 순간을 기억해요. 정확히 오후 4시 44분이었어요.(하하)”
극중 최동구는 마석도(마동석 역)의 조력자인 인천북부경찰서 마약반 황동구 형사 역을 맡았다. 천만 관객들이 기억할 그 장면이다. 황동구가 마석도에게 3대 빌런인 주성철(이준혁 역)의 존재를 처음 알리는 캐릭터가 바로 황동구다. 주성철에 대한 마석도의 의심은 황동구가 준 힌트에서 출발한다. "지금도 왜 저에게 형사 역을 줬는지 신기하해요. 좁았던 저의 캐릭터를 영화가 넓혀준 것 같아 감사해요."
최동구는 평소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마동석으로부터 일종의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 날은 긴장이 가득했다. 최동구에게 전화를 한 마동석은 후배가 맡을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할 수 있겠어?’라고 물었다. 최동구는 ‘네 선배님, 그 역할 꼭 하고 싶습니다.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마동석은 흡족한 듯 ’좋아, 그 말이 듣고 싶었어‘라고 답했다. 전화를 끊은 최동구는 신이 나 소리를 질렀다.
최동구를 향한 마동석의 애정은 작품 안에서도 보인다. 최동구가 등장하는 신 마다 ‘동구동구’라며 찰떡같은 리듬으로 이름을 불러줬다. 애초 황동구 역은 다른 이름의 캐릭터였다고 한다. 최동구는 "마 선배가 저를 위해 캐릭터의 이름을 제 이름과 같게 '동구'로 바꿔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구동구'는 대본에는 없는 대사다.
“전에도 마 선배와 호흡을 맞춘 적 있지만, ‘범죄도시3’ 현장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존재감 자체가 대단하시잖아요. 선배가 긴장하는 저의 어깨를 두드리며 ‘너무 준비하지 마. 지나치게 노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힘을 빼라는 선배의 조언 덕에 최동구는 진짜 힘을 얻었다.
‘세상에 내가 여기에 있다고?’ 그럼에도 촬영이 시작된 초반에는 그런 생각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에 힘을 주진 않았다. 황동구는 팀으로 움직이는 캐릭터기에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느 순간에도 돋보여야 하는 건 마동석과 빌런들이 아닌가. 나무가 아닌 숲을, 손에 쥐어진 퍼즐 조각에만 집중하지 않고 완성된 퍼즐을 고려한 셈이다. 배우로서 꼭 갖춰야 할 미덕을 갖춘 그의 연기 철학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관객들이 후속작을 정말 기다리는데 제가 참여하면서 혹시 영화의 시리즈에 피해가 가면 어쩌나 우려가 있었기에 열심히 하면서도 신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최동구는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2017년 개봉된 ‘범죄도시1’을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서 과람했다. 보는 내내 ‘나도 저런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영화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윤계상부터 진선규까지 배우들의 새 얼굴을 보여주는 힘이 강한 작품이었고, 연기를 업으로 삼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런 힘은 배우의 필모그리피에 기폭제, 전환점이 돼 준다. 명절 연휴, 가족들과 영화관 나서면서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오길 기도했다.
바람은 2019년 ‘범죄도시2’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졌지만 아쉽게도 단칼에 떨어졌다. 최동구는 굴하지 않고 ‘범죄도시3’ 오디션이 시작되자마자 준비에 돌입했다. 간절한 바람이 닿은 것일까. 최동구의 두 손에 기회라는 선물이 왔다. “그간 워낙 오디션을 많이 봐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담담히 기다리는 편인데 ‘범죄도시3’ 오디션은 정말 초초해하다 못해 솔직히 거의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어요. 이런 날이 와서 기뻐요."
‘범죄도시3’ 덕에 최동구의 시야는 넓어졌다고 한다. “그간 소모적인 역할을 많이 했어요. 사기꾼부터 깡패, 야쿠자, 조선족 등 짧은 분량이지만 강력한 캐릭터가 대부분이었죠. 이런 캐릭터들은 연기할 때는 존재감을 강조하는 걸 중점에 두는데 ‘범죄도시3’ 황동구는 기존과 완전히 달라서 최대한 순수하게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이번 작품 덕에 긴 호흡으로 쭉 가는 방법을 배웠어요. ‘이 순간을 느끼고 즐겁게 하면 된다’는 마 선배의 조언이 딱 맞았어요."
작품을 위한 최동구의 순수한 의도는 스크린에서 엿보였다. 혼자 튀려 애쓰지 않는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비중과 무관하게, 혹은 캐릭터의 색과 무관하게 매 연기 마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홀로 돋보이려는 배우가 아니다. 작품에 대한, 동료를 위한 순수한 자세는 최동구의 강점이다. 작품과 자신의 조화에 우선에 두는 최동구가 앞으로 주어질 기회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배우로서 전 큰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굳이 말한다면 가식이 없는 제 자신에게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본능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책임감이 확실한 배우요. 연기를 마라톤이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쭉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 얼마나 배우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범죄도시3’가 제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만한 작품인 건 확실해요. 또 제 교집합 안에서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해와달,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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