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무역적자 탈출했는데"…車·조선까지 파업땐 수출 비상
현대차노조 5년만에 가세
12일 하루 4시간 부분파업
현대重 11일까지 찬반투표
韓 근로손실일수 獨의 4배
국내기업 해외이전 늘고
외국기업은 韓 투자 꺼려
민주노총이 2주일 동안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가뜩이나 악화된 노정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이 생산현장 조업 차질로 이어지면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염려된다. 특히 올해 하투는 윤석열 정권 퇴진과 최저임금 인상, 일명 노란봉투법 입법 요구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어 국민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적 노사 분규 건수는 2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8.8% 감소했지만 민주노총의 이번 총파업을 기점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5월까지 6만2000일로 집계된 누적 근로손실 일수도 악화할 전망이다. 근로손실 일수는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수에 파업시간을 곱해 1일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같은 기간을 파업하더라도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지표값이 높아진다. 이 값이 클수록 노사 관계가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산업별로 파업 동참을 선언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오는 12일 오전·오후 출근조가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임금협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대의원대회에서 쟁의행위(파업)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는 7∼11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다만 파업이 가결되더라도 실제 파업에 돌입할지는 추후 사측과 논의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파업이 정례화되면서 이에 따른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와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제는 10조원이 넘는 경제 손실 피해를 봤다. 이 가운데 5조원 이상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하며 단행한 두 차례 운송 거부 사태의 여파다.
이 같은 손실은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한국의 임금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근로손실 일수는 35.2일로 일본(0.1일)의 352배에 달했다. 이는 영국(13.4일), 독일(9.1일), 미국(8.6일)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길다.
한국이 '파업 다발국가'로 낙인찍히며 노사 리스크를 피해 기업과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자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을 이탈한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621억7000만달러로 1년 새 6.7%(39억2000만달러) 뛰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 국내직접투자(FDI)를 뺀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 투자액이 훨씬 많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파업에 치인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현상도 강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계무역 순수출은 237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계무역은 한국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상품을 만들어 현지나 제3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이 같은 무역 형태가 많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조 리스크로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외국 기업도 잘 들어오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 기업, 노조가 협의체를 구성해 노사문제를 해결하고 해외 기업 투자를 끌어들였던 아일랜드 성장 모델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과 고금리 문제 등은 기업이 비용을 들이면 해결할 수 있지만 강성노조 리스크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한국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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