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대리인단 “정부의 판결금 공탁은 위법한 조치” 반발

지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임재성 변호사가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 앞에서 배상금 수용 거부에 따른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제3자 변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의 판결금을 3일 법원에 공탁하자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이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고 정창희 할아버지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부의 조치는 법률적으로 위법하고, 정치적으로 부당하다. 향후 법원에 공탁은 부당하니 기존의 집행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도 “민법 469조 제1항에 의하면 당사자가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춘식 어르신과 고 정창위 어르신의 유족은 지난 3월 정부가 3자 변제안을 발표한 후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단에 전달했다. 오늘 재단의 변제 공탁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위법한 공탁을 진행하면서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설명조차 하지 못하는 공탁을 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정부가 피해자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정부 측이) 피해자 가족에게 전화해 (판결금을) 공탁했으니 언제든 찾아가실 수 있다 정도의 내용만 이야기했다고 한다. 다른 피해자의 유가족은 부재중 전화만 와 있었다고 한다”면서 “공탁이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며,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조치”라고 했다.

임 변호사는 “법원이 공탁의 유효 유무와 관련해 판단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별도의 소송을 통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공탁 무효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법원이 공탁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지금까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싸워 만들어온 판결이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의 채무를 국내 재단이 대신 변제하는 내용의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이후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2명과 피해자 유가족 2명은 정부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유지해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