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납품속도 앞세운 K방산 … 동유럽 넘어 美·英 '정조준'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7.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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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K방산 ◆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지난 7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GF 1호기 출고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KAI

'K방위산업'이 동유럽 폴란드 수출을 발판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발주하는 신규 사업에 도전한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들은 2~3년 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목표로 전방위 수주 활동에 착수했다.

미국 해군의 고등·전술 입문기와 공군 전술훈련기 사업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첫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앞세워 미국 록히드마틴과 '연합팀'을 짰다. KAI가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계약을 따낸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이 된다. T-50은 1대 금액이 2000만~2500만달러(244억~305억원)에 달한다. 2000만원짜리 소형 차를 1500대 수출하는 셈이다.

계약 규모가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도 한국 방산업계가 승전고를 울릴 수 있는 무대다. 캐나다는 노후한 디젤잠수함을 퇴역시키고 3000t급 디젤잠수함 8~1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수주전은 한국과 일본 기업 간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예고된 영국 육군의 1조원대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MFP)도 놓쳐선 안 될 기회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방산기업에 전대미문의 대운(大運)이 찾아왔다"는 말로 현재 글로벌 방산시장 상황을 요약했다. 역설적인 기회의 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격화되는 미·중 전략 갈등에 따라 열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경계선에서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폴란드를 비롯한 중부 유럽 국가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급격한 군비 확충에 불을 댕겼다. 미·중 간 힘겨루기의 장이 된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도 각자도생의 세계 속에서 저마다 국방력 강화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공개한 '2022년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는 전 세계 군비 지출 규모를 한 해 전보다 3.7% 늘어난 2조2400억달러로 집계했다. 보고서는 "유럽의 지난해 군비 지출이 적어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3% 늘었다"며 "3대 군비 지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지출 규모는 전 세계 전체 지출의 56%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독일 업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기체계를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만들어내는 한국 방산기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 방위산업은 탁월한 가성비를 앞세워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폴란드와 터키 등 중·동부 유럽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또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흐름을 면밀히 살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이 발을 딛고 선 안보정세와 현대사적 배경도 각국에는 매력적이다. 한국군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실제 기동·사격 훈련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다. 방산기업 관계자는 "세계 방산 시장에서는 아직 무기체계를 개발 중인 기업이 수출 경쟁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은데, 국내 방산업체의 주력 수출품목인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은 이미 한국군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장기간 직접 운용 중인 무기체계"라고 설명했다. K방산 대표주자 격인 무기체계는 공히 한국군이 척박한 작전 환경에서 직접 운용하며 고강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쳤다는 이야기다.

극강의 가성비와 생산력, 상호 운용성도 한국 방산기업이 보유한 큰 장점이다. 매력적인 가격에 충분한 성능을 보장하는 데다 방위력 개선의 핵심 중 하나인 '적시 납품' 능력도 탁월하다.

단적인 예로 세계 155㎜ 자주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K9 자주포는 가격이 경쟁업체인 독일 PzH2000의 반값 이하다. 세계 전차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K2 전차도 경쟁 중인 독일제 레오파르트 2A7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 세계 방산업계의 일관된 평가다.

이 덕분에 한국은 아프리카 최대 군사대국인 이집트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수출하는 2조원대 패키지 딜을 성사시켰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기체계인 다연장로켓도 미국제 M142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HIMARS)에 비해 한국산 K239 천무가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통한다.

한국 방위기업이 갖춘 신속한 생산력은 지금과 같은 국제 안보정세에서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방산기업이 폴란드와 역대급 무기체계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7월 27일이다. 이후 각각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제작하는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19일에 폴란드에 인도할 1차 물량 출고식을 했다. KAI도 계약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7일 폴란드로 수출하는 FA-50 전투기 48대 중 1호기를 출고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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