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에 맞서 검증된 정보를 위한 전세계 팩트체커들의 이유있는 컨퍼런스

CBS노컷뉴스 최원철 기자 2023. 7.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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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세계 최대 팩트체크 컨퍼런스 '글로벌팩트10' 성료
팩트체킹 핵심사례들 놓고 뜨거운 논의 이어져
글로벌팩트 10의 환영사를 하는 글렌 케슬러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편집장.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제공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토론했고, 만났습니다. 비는 왔지만, 그 비가 우리 마음까지 어둡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가 국제팩트체킹연맹(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IFCN)과 공동으로 개최한 글로벌팩트 10(Global Fact 10)이 지난달 30일 성황리에 폐막됐다.

정은령 SNU팩트체크 센터장이 지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팩트 10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제공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이날 폐회사에서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팩트체커들이 맞닥뜨린 도전들이 얼마나 크고 어려운 것인지를 확인했다"며 "그러나 그것들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팩트체커들의 의지, 그리고 사회가 팩트체커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 어려움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은 자리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10회째 개최한 '글로벌팩트'는 전 세계 언론인과 학자들이 허위 정보 확산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국제회의로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75개국에서 550여명이 참가했는데 2014년 글로벌팩트가 시작된 이래로 최대 규모다.

거대규모로 진행된 컨퍼런스인만큼 팩트체커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허위조작정보를 가지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어떤 방법으로 효율적인 팩트체킹과 엔드유저에게 전달할지 등을 논의했다.

튀르키예 지진 당시 배포된 브로셔를 설명하는 모습. 최원철 기자


특히 튀르키예의 지진사례를 소개한 세션에서는 강진 발생 후 우후죽순 발생한 허위조작정보로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 에르도안 정부에서 지진 피해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것들, 연락수단의 부재로 고립된 주민들에게 팩트체크된 정보들로 구성된 브로셔 배포까지 현장감있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중국 국가선전 및 반중정서의 복잡성에 대한 주제로 발언하는 연사들. 최원철 기자


아시아의 뜨거운 감자인 친중·반중정서의 복잡성에서도 팩트체크의 중요성과 검증된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다뤄졌다. 서머 첸 대만 팩트체크센터 편집위원장은 당시 세션 발언에서 "허위정보 생성 주체, 중국이 프로파간다 정보전에서 어떤 것을하는지 알려지지 않은게 많다"며 "대만에 대한 허위정보를 팩트체킹하면서 중국정부에서 개입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견제와 해결책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팩트체커들은 해외에서 만연화된 팩트체크 데이터 스크래핑 문제와 이러한 데이터의 무기화 및 상업화로 AI가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게 되는 형태를 지적했다.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AI의 답변에서 데이터의 이력을 명시해 질문자가 팩트체크 콘텐츠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방안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피어난 '팩트체크'라는 희망의 꽃


기조연설하는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제공

행사가 진행된 3일동안 매일 기조연설이 진행됐는데 첫째날에는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힘겨운 싸움? 허위정보 대응의 도전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허위정보 교육이 진실 분별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여부', '뉴스 사용자들에 대한 팁 제공으로 인식변화시키기', '팩트체크의 명시적 판정에 대한 위험성' 등의 실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팩트체크에 대한 가능성 및 한계를 설명했다.
러시아의 '트롤 부대' 관련 대담하는 핀란드 언론인 제시카 아로. 왼쪽은 알라나 드보락 IFCN 국제트레이닝 책임자.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제공


둘째날에는 러시아 내부에서 정치선전·선동을 주된 목표로 하는 숨겨진 조직 '트롤 공장'의 만행을 폭로하던 핀란드 기자 '제시카 아로'가 친러시아 세력에게 갖은 모욕과 신상정보 노출로 나라를 떠나기까지 해야 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트롤은 러시아인들이 직접 붙인 이름으로 온라인상에서 상대를 괴롭히고 말꼬리를 잡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제시카는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크라우드 소싱'을 사용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서 가짜계정을 목격하거나 소통한 경험 등을 모으고 팩트 체크한 사례, 실제로 트롤 공장에 침투했던 시민과 기자와 공장 외부에서 정보를 얻어 허위정보를 파헤친 사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발표를 듣던 팩트체커들은 격려의 기립박수를 쏟아내기도 했고 제시카는 그동안의 고행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조연설하는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 및 안전 담당. The Poynter Institute and the IFCN 제공


폐막일인 셋째날에는 요엘 로스 전 트위터 신뢰 및 안전 담당이 기조연설을 맡아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로스는 이 자리에서 "2021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는 트위터의 자체 정책에 근거해 여러 사람이 게시물을 오랜 시간 검토하여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그의 정책에 반발해 트위터를 떠난 로스는 "플랫폼기업들이 대중의 안전을 지키고 폭력을 조장하는 것을 막는 데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온라인 괴롭힘 문제에 대해 "소셜미디어의 원죄"라고 표현한 그는 "과거 소셜 미디어들이 사이버 보안 문제를 잘 대처해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행사의 마지막에는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들이 투표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낸 팩트체크 기관들을 선정해 시상했다. (1) 형식의 창의성 부문(Most Creative Format)에 인도네시아의 '섹 팍타(Cek Fakta)', (2) 팩트체크 영향력 부문(Highest Impact Fact Check)에 나이지리아의 '두바와(Dubawa)', (3) 획기적 협력 부문(Most Innovative Collaboration)에는 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인 왓츠앱을 통해 허위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노력한 브라질의 '아오스 파토스(Aos Fatos)' 등 다섯 개 팩트체크 기관과 이들을 기술적으로 지원한 '미단(Meedan)'에 돌아갔다.

한편, 2024년에 열릴 제11회 글로벌팩트 개최지는 9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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