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제명하십시오" 로앤굿 대표, 변협에 선전포고
리걸테크(법률서비스와 정보기술의 합성어) 기업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로앤굿'이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률 플랫폼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구했다.
"리걸테크 합법 인정해야"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협은 로톡 변호사 100여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민간 법률 플랫폼이 합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민 대표는 변협이 법무부와 검·경찰이 인정한 민간 플랫폼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변호사회원에 대한 징계권을 남용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변협은 재작년 변호사가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협회 광고 규정을 개정하고 지난해는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광고 규정 위반을 이유로 대거 징계했다. 변협은 또 지난달 로앤굿을 형사고발하고, 로앤굿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것을 내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민간 플랫폼이 불법이고 변호사 징계가 정당하다고 확신한다면, 단순히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 수백명을 인질로 삼지 말고 운영하는 저를 제명하라"며 강수를 뒀다. 변호사이기도 한 민 대표는 지난해 7월 겸직불허가 위반을 이유로 변협에서 정직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민 대표는 변협에서 제명당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으로부터 법률 플랫폼이 합법적인지 판단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소송에서 변협이 패소할 경우 징계에 찬성한 집행부가 총사퇴하고 다시는 변협 선거에 나오거나 임원으로 재직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민 대표는 "변협은 지금까지 변호사회원에 대한 징계권을 남용해왔다"면서 "법무부 심의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변협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철회해야 비로소 끝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금융으로 강력하게 싸울 것"
변협은 로앤굿이 최초로 도입한 '소송금융' 서비스를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하는 행위로 보고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로앤굿이 국내서 최초로 도입한 소송금융은 투자금을 확보해 소송비용을 내주는 대신 승소할 경우 배상금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서비스다. 로앤굿은 소송금융이 해외에서는 이미 성행하고 있는 서비스이며, 충분한 법적 검토를 통해 불법적 요소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소송금융 서비스는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는 서비스가 아니다. 변협 밥그릇에 관심이 없는 의뢰인들은 여전히 서비스를 신청한다"면서 "변호사의 활성도와 무관한 수익구조(BM)를 갖고 있는 만큼 더 장기간, 강력하게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변협과 갈등을 겪은 로톡은 등록한 변호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결국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변협과 갈등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해 사옥을 내놓고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했다.
"리걸테크 가이드라인 있어야"
민 대표는 변협이 리걸테크 기업을 논의의 장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걸테크 회사를 법률시장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불러 논의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변협 집행부끼리 내부적으로 비공개 회의를 통해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의 사례를 들어 공개적인 장소에서 리걸테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고 변협에 요구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변협에서 법률 플랫폼과 관련한 지침을 만들어 갖고 있다. 중개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하도록 하고 광고에 대한 대가를 받도록 하되 어떤 BM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진 법률 서류에는 관련 사안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민 대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우후죽순 생겨날 법률 플랫폼이 시장을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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