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입법센터 만들어 법안 검증 …'제2 타다금지법' 막는다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7.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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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입법센터 연내 20명규모 출범 … 2025년 풀가동
법안 100건 중 97건 의원입법
입법영향분석 없이 '프리패스'
사회·경제적 부작용 심각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법 실행 이후 효과까지 분석"
박상철 처장

국회가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사전 입법영향평가를 지원하는 '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산하에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한 과학적 입법영향분석을 전담하는 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의원입법에 대해 입법영향분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여야 모두 발의한 상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 같은 방안을 보고받고 적극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과학입법센터는 약 20명 규모로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입법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2025년부터 '풀가동'할 계획이다. 이 조직은 의원입법안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방법론과 현안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주요 임무다. 입조처는 과학입법센터를 유럽연합(EU)의 공동연구센터(JRC)에서 착안했다. JRC는 과학 및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EU 집행위원회 산하 독립기관으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을 EU에 제공해 정책 결정을 돕는다.

국회가 과학입법센터 도입에 나선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의원입법, 특히 규제 입법 남발 때문이다. 19대 국회 때 1만6729건이었던 의원입법은 21대 국회 들어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2만1557건으로 급증했다. 법안 100건당 97건이 의원입법일 정도로 남용이 심각하다.

정부입법은 입법영향분석이 의무 규정이라 최소 5~7개월의 입법 기간이 필요하지만 의원입법은 이 같은 의무가 없어 발의 직후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해 논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시 따라올 수 있는 사회·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분석 없이 법이 통과돼 대가를 치른 사례가 많다.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박상철 신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 영향 분석 제도가 없는 의원입법에 대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법은 엄밀히 말하면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라며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거쳐서 법률이 탄생할 때 사회·과학적으로 검증된 평가서가 하나 붙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입법영향분석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타다'를 예로 들었다. 박 처장은 "대형 건물을 짓고 공사를 하려면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를 거쳐야 인허가가 되지 않느냐"며 "그런 평가 과정 유무에 따라 건물이 무너지고 길거리가 난장판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입법을 강행시킨 타다금지법도 이런 사회·과학적 숙의 과정을 통한 입법영향평가가 제대로 됐다면 지금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법만 잘 만들어도 사회적 비용을 몇백 조원, 최대 1000조원 이상의 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또 "예를 들어 간호법의 경우 이 법을 만들었을 때 의사·간호조무사·간호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고, 국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입법 내용 분석만 제대로 해놔도 논란이 한층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입법뿐만 아니라 법이 실행된 이후에 수년간 해당 법의 실행 효과를 분석하게 되면 법 개정을 비롯해 나중에 문제가 있을 때도 효율적인 대안 제시가 가능해진다"며 "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에 데이터를 축적·보관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입법영향평가를 제도화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여당에선 윤재옥 원내대표안을 비롯해 이종배·정경희·홍석준 의원안이, 야당에선 김태년·신정훈 의원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입법영향평가는 신속한 법안 처리를 원하는 정치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박 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영향분석서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며 이를 철저히 엄수할 것"이라며 "다만 전세사기 대책 등 신속 처리를 요하는 법안의 경우 예외적 규정을 두면 입법 절차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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