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ICT ‘이권 카르텔’ 손보겠다는 과기정통부...업계는 황당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기술개발(R&D)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존 통신·플랫폼 기업의 기득권 유지로 보일만한 정책이 없는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R&D·통신 등의 부문에 부조리를 파헤치겠다는 메시지다. 윤석열 정부식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보인다.
조성경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3일 취임 일성으로 대뜸 “과학과 기술, 혁신은 대한민국 도약과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자유를 확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관건”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이어 “단순히 제도를 조금 고치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 (전세계가 기술패권을 다투는) 엄중한 시기를 넘어설 순 없다”고 했다. 조 차관은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낸 인물로 최근 실세 차관으로 옮겨왔다.
조 차관은 연간 30조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에 대해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에 투자돼야 한다”며 “그 핵심은 바로 과학자,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과학기술 인재가 논쟁하고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연구기관과 함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리의 신진 연구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산 배분이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예산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타파’을 거듭 강조하면서 R&D 예산을 가져가는 일부 연구자, ‘킬러문항’ 문제와 관련한 고액 연봉의 스타강사, 통신요금 책정이나 공시지원금과 관련해 이동통신사 등을 기득권 유지 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앞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담당하는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도 지난 1일 산하 정보통신정책실·네트워크정책실 소속 실·국장을 대상으로 간부회의를 소집해 ICT 분야 R&D 예산으로 잡힌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차관은 카르텔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모든 정책 결정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와 카르텔에 기반한 정책 결정이나 예산 반영 및 집행이 없는지 원점에서 철저히 점검하고, 정책 결정 프로세스나 정부가 자문하는 전문가 풀에도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기득권 세력의 유지·확장, 나눠먹기 등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서 이용자들에게 이득이 가야 한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주무부처가 ‘카르텔 타파’에 나서자 일부 업계에서는 정부 입맛대로 기업을 쥐고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들린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일부 과점 기업들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지금 정부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들에게 ‘카르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를 향한 대통령실의 채근이 거센 상황에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강력한 언어로 민간기업들을 옥죄려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의 과점 구도를 깰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탄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는 6일 대책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실 눈치가 보이니 강력한 어조로 사전 작업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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