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금계산서 남발해 태양광 사업 대출
곤충·버섯 농장으로 위장 후
허위 대출 받아 태양광 운영
보조금 받아 맹지 사들인 후
관청 승인 없이 매각하기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총 12조원 규모다. 이 중 6조원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국무조정실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총 8440억원어치의 부정 사용이 적발됐다.
아직 절반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진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실제 부정 사용 금액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보조금 근절에 역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정부의 보조금 개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정부 본예산 기준 전체 국고보조금 규모는 102조3000억원으로 총지출 중 16.8%를 차지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가 79조4000억원으로 대부분(77.6%)을 차지하지만, 민간 보조도 22조9000억원(22.4%)으로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개혁에 대대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23조원에 달하는 민간 보조금이 원점에서 재검토돼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이번 2차 조사로 드러난 부정 사용 사례로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사업비를 부풀려 과다 대출하거나 실경작을 하지 않고 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 등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위장해 허위 대출을 하는 방식 등이 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과 관련해서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보조금 규모가 큰 25개 지자체를 중심으로 집행 내역을 점검한 결과 총 1791건, 574억원의 부당 행위가 발견됐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맹지를 매입한 후 방치하다가 관청 승인 없이 임의로 매각하거나 보조금 허위 정산, 특정 주민·단체 지원, 쪼개기 수의계약 등의 수법을 동원했다. 또 전력 분야 연구개발(R&D)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72건, 266억원의 부정 사용이 적발됐다. R&D 사업비 이중 수급, 사업비 미정산, 장비 및 결과물 방치 등 예산 낭비 사례가 포착됐다.
이 밖에 기타 전력기금에서도 금지 규정을 위반해 한국전력 퇴직자 단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가 적발됐다. 또 하이브리드 발전기 설치 등을 추진하는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관리 부실 등으로 총 386건에 86억원을 부정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부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 공사비가 확정된 이후 사업 신청을 하도록 하고, 부정 대출로 악용되는 버섯재배사·곤충사육사는 대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전력 분야 R&D 과제 등에 대한 자체 검토를 강화하기 위해 R&D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관리업무 세부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고 태양광은 핵심적인 사업 유형"이라며 "그 사업의 필요성을 본 게 아니고 사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됐는지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차 점검에서는 전력기금사업단과 한국에너지공단,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2267건, 2616억원의 위법·부당 집행 사실을 적발해 376명, 1265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이날 2차 점검 결과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발표된 문제점에 대해 관련 규정과 제도 개선을 즉각 추진하고 사업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며 "환수 등 후속 조치도 신속히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수 지적 사항이 확인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전력산업기반기금) 관리 주체로서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2차 점검 결과를 토대로 보다 강도 높은 혁신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조실과 전력기금사업단,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참여하는 별도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해 환수가 특정된 건에 대해 제반 절차를 거쳐 끝까지 환수 조치할 예정이다.
[홍혜진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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