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2023. 7. 3.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미국 뉴욕으로 파견돼 근무할 때다. 지금은 CEO가 된 회사의 리더가 '목적이 이끄는 마인드셋'에 대해 얘기하는 걸 옆에서 들었다. 그는 미국의 한 대통령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 한 청소부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청소부의 답은 의외였단다.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다 지금 이 일을 하게 되었고 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본사 미팅의 주제는 '디스 이즈 와이(This is Why)'였다. CEO를 비롯한 글로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들이 이 이유에 대해 끝도 없이 나눴다. 질병과 싸우며 건강을 회복한 환자들의 사연이 강단에 소개됐고, 환자였다가 건강을 되찾은 회사 동료와 우리 회사의 혁신 기술로 치료받고 쾌유한 환자들이 생생한 경험담을 나눴다.

"저는 정말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신들 덕분에 얼마 전 막내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갈 수 있었고, 첫째 아들과 풋볼 게임에 갈 수 있었어요. 여러분이 하는 평범한 일상 업무가 세상에 어떤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절대 잊지 마세요."

우리 대부분은 매년 매 분기 달성해야 하는 목표들 속에 쳇바퀴 돌리듯 분주하게 살아간다. 삶은 늘 햇살 비추는 평온한 상태가 아니어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한데 지금 몸담고 있는 이 업(業)을 통해 내가 세상에 뭔가 의미 있게 쓰인다는 걸 알고, 가슴에 새긴다면 그 얘기는 달라진다. 비단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돼 있는 바이오 헬스케어업이기 때문에 그 일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건 아니다. 세상 어떤 종류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에는 나사의 청소부가 자신의 일을 표현한 것 같은 훨씬 더 소중하고 값진 의미가 담겨 있다.

나 자신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앞이 안 보이는 프로젝트를 몇 년에 걸쳐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가거나 피곤한 일상을 뒤로하고 자부심으로 재무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왜(Why)'에 해답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이유가 내 안에서 해석되고 소화되면 개인의 성취감과 보람이 높아진다. 또 개인의 이런 동력이 모여서 결국 회사는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고 더 좋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기에, 회사는 그토록 우리 각자의 '이유'를 찾아보라고 독려하는 것 같다.

이번 방콕 출장을 앞두고 참석자들은 각자의 '왜(Why)'에 대한 단상을 미리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미팅의 어젠다와 정보를 담은 온라인 앱에 연결하니 내 사연이 내가 그린 그림과 함께 앞 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암에 걸린 엄마와 뜻하지 않은 작별을 해야 했다. 당시 엄마 나이는 50세였다. 누가 나한테 어떤 역할을 하냐고 묻는다면, 감사하게도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회사에서 보다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 그 엄마와 이별하는 슬픔을 줄이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왜(Why)'이다.

[황성혜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