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우리 주변 '푸틴의 용병'들

김선걸 기자(sungirl@mk.co.kr) 2023. 7.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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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독재권좌 지키려
돈주고 쓴 용병이 쿠데타
한국 공공부문에 똬리튼
이권집단 제거해야 된다

러시아의 쿠데타 소식에 등골이 서늘했던 이가 꽤 될 것이다. 김정은도 그랬을 거고 시리아의 알아사드나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도 놀랐을 것이다. 독재자에게 쿠데타만큼 쇼킹한 뉴스는 없다 .

쿠데타의 주체는 용병이었다. 돈 받고 전쟁을 하는 집단이다. 조국을 지키거나 평화를 얻기 위해 전쟁에 나서는 정규군과 다르다.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은 흉악범을 포함해 수감된 죄수를 징집하고, 시리아 등 제3세계 전투병을 모집하거나 심지어 마약에 취해 전투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애국심'이나 '사명감' 같은 가치를 요구하는 건 무리다. 돈을 받지 못하면 쿠데타라도 일으키는 건 이들에겐 어쩌면 당연하다.

바그너그룹의 우두머리인 프리고진은 갖은 범죄로 10년 가까이 감옥에서 보냈다. 이후 푸틴 눈에 들었는데, 여론 조작 등 '어둠의 하수인'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과의 관계를 부정해왔다. 그런데 푸틴은 왜 '어둠의 하수인'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크라이나전의 전면에 내세웠을까.

이번 전쟁은 러시아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만한 명분이 없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길어지자 돈을 주고 용병으로 인원을 메웠을 것이다. 우크라전에서 바그너그룹만 7000명이 전사했다는 집계가 있다. 한마디로 푸틴의 명분 없는 전쟁욕은 용병을 불러왔고,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으로 전쟁을 수행하다 보니 결국 쿠데타라는 역습을 자초한 셈이다. 이권체제인 용병 메커니즘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쟁을 수행하는 건 무리다.

이게 과연 러시아만의 문제일까. 우리 사회의 공적 부문에도 이권 메커니즘이 번져 있다. 국회, 정부, 공기업까지 이권에만 혈안이 된 용병집단이 똬리를 틀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총력을 펼치던 이태원 참사 관련 법사위 청문회 현장에서 몰래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전에 자신이 투자한 게임코인 관련 법제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란 공적 신분보다 코인 투자의 이권에 혈안이 된 것 아닌가. 대장동 사건에 등장하는 이권 카르텔에도 판사, 국회의원, 지방공무원 등 공공부문 종사자가 수두룩하다. 박영수라는 검사는 대통령을 탄핵한 특별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데 최근 행적을 보면 업종 불문, 이념 불문 브로커 역할까지 자행하며 온갖 사건마다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요즘은 정치권에서 이슈가 터질 때마다 폭력조직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조폭은 러시아 용병처럼 폭력과 불법으로 이권 생태계에 기생하는 세력이다.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공공선을 지켜야 할 자리에 '푸틴의 용병'들이 버티고 앉아 이권을 챙긴다. 애국심도 사명감도 없는데 권력은 잡고 싶은 사람들이 푸틴처럼 '기능성' 용병들을 불러들여 사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푸틴의 용병'들은 세금을 빼먹는 데도 도사다. 정부가 지난 3년간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6조8000억원 국고보조금 사업을 감사한 결과, 314억원의 부정수급 등이 적발됐다. 시민단체로 포장한 이권집단들이야말로 용병과 다름 아니다.

정의롭지 못하니 용병을 쓰고, 용병의 무도함으로 더 불의해지며, 결국 점점 더 용병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푸틴의 악순환'은 푸틴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국의 좌파 정당들은 북한에 욕먹고, 중국에 무시당하고, 노조에 끌려다니면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훼손하는 실책을 많이 범했다. 몇 년이 지나 과오로 판명돼도 잘못을 시인하지 못한다. 노조, 친북단체 같은 '푸틴의 용병'들에게 아직도 의존하기 때문이다. 마치 20세기 후반 우파 정당이 군부 독재 세력의 수십 년 질곡을 벗어나지 못해 끌려다녔던 딜레마와 닮았다.

푸틴은 독재를 위해 이권 생태계를 만들었다가 쿠데타를 당했다. 우리 사회의 이권 생태계도 언젠가 주인에게 총부리를 돌릴 것이다. 지금 빨리 뿌리 뽑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선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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