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위기 서울백병원…설립자 후손들, 뒤집기 나서나
“‘K-메디컬’ 허브 만들자” 제시
오세훈도 “방법론 찾고 있다”
최근 폐원이 결정된 서울백병원을 살리기 위해 설립자 백인제 선생의 후손들이 나서기로 했다.
3일 후손 대표인 백진경 인제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 등은 서울시청사에서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면담을 갖고 백병원 폐원의 부당성을 언급하며 “병원의 역사를 전승하면서 ‘글로벌 K-메디컬’ 산업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 특화 의료시설, 원격진료, 응급센터 등 병원을 살릴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면담 후 백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병원 설립자의 후손, 병원 디자이너, 환자로서 사전에 아무런 고지 없이 내려진 폐원 결정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병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공론화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제대 총장을 지낸 고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의 차녀인 백 교수는 백인제 선생의 조카다. 후손들과 함께 조영규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과 장여구 인제대 의대 교수도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장 교수는 백인제 박사의 제자 장기려 박사의 손자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이사회에서 배제돼 있던 가족(후손)이 교수들과 일선에 나서기까지 결심이 필요했다”며 “서울시가 (상업)용도변경을 불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음에도 이사회가 만장일치 폐원 결정을 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지난달 20일 병원 법인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폐원 결정이 내려졌다. 이사회 측은 2000년대 초부터 1749억원의 적자가 쌓인 병원에 대해 외부 경영 컨설팅 결과 의료 관련 사업 추진 불가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백병원의 폐원일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8월 말까지 운영한 뒤 인제학원 측이 병원 건물과 부지를 상업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82년간 도심을 지킨 의료기관이 문을 닫으면 지역 내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서울시와 중구는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장 권한으로 중구청에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후 열람공고 등 주민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백 교수는 “사유재산인 병원에 대해 서울시 등에서 (용도 결정을) 맘대로 하느냐는 의견도 있으나 대학병원은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백병원은 전국 5개원이 모두 대학병원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재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 원리로 수익이 나지 않아 폐원한다면 다음 (정리)수순은 인제대”라며 “의과대 외에는 어려움 겪는 지방대를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교수들이 많은데 이는 백인제 선생과 백낙환 이사장의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인제학원 이사회의 갑작스러운 폐원 결정에 대해 “사립대학 재단의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인제대 총장 선거에 출마해 대학과 병원의 위기 극복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선8기 취임 1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백병원 문제에 대해 “병원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백병원을 중심으로 반경 3㎞ 내 서울대병원 등 다섯 군데가 있어 공공 의료 기관이 적지 않으나 기능상 상호 보완을 할 수 있는 쪽으로 남을 수 있는 방법론을 찾고 있다”며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구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백병원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 시장은 “토지이용을 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한 후에 감염병 관리시설 필수의료시설로 지정하면 용적률 완화가 가능해 경영상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중구청과 협의해 백병원이 서울시가 필요로 하는 의료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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