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DSR 완화가 정부 과도개입?

2023. 7.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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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마저 깡통전세 근접
전세보증금 은행에 예금해둔
임대인 고작 4% 수준
DSR 40%는 합리적인가

얼마 전 '역전세난'이 주제인 공중파 티비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필자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인 역전세난이 깡통전세의 문제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제한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토론 도중 다른 참석자 한 분이 평소에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해온 필자가 오히려 정부의 개입을 적극 주장하고 나서 당황스럽다는 발언을 해서 필자의 마음이 복잡해졌었다. 그 이유는 과도한 규제 상태를 정상으로, 오히려 규제 완화가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식되는 아이러니에 대한 불편함이었다.

역전세난이 2년 전 계약된 전세금을 현 전세가로 충당하기에 얼마나 부족한지의 문제이듯, 깡통전세도 2년 전 전세가를 현 매매시세로, 아니 부도 시 경매낙찰가로 충당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2년 전 전세가/매매가 비율이 60~70%였던 수도권 아파트도 최근 2년간 약 20%의 가격 하락으로 깡통전세에 근접한 상황이다. 추가 가격 급락은 빌라 전세사기처럼 후려쳐진 경매가로 전세임차인 역시 전세금을 보전받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DSR 규제가 40%로 세팅된 지는 얼마 안 된다. 대출건전성 관리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40%가 국가적으로 융통성 없이 관리해야 할 합리적인 DSR 규제 수준인지 확신이 없다. 국내에서는 지하경제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아 공식적인 소득 파악에 누락되는 소득이 많다. 자산의 전달도 명확지 않은 연결고리가 많다. 그런 이유들이 지난 국제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가격 하락기, DSR 규제가 강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우려와 다르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조차 특별한 증가도 없이 위기 상황을 넘긴 이유일 것이다. 또한 비제도권 부채인 보증금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가계부채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세금반환대출은 장기적으로 비제도권 부채를 제도권 부채로 치환하는 긍정적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역전세난과 관련된 DSR 규제 완화는 대상이 자가가 아닌 임대 물건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의미가 있다. 해외 월세시장에서 임대사업용 주택은 임대인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그 물건의 월세 흐름으로 대출상환능력이 판단된다. 국내 전세시장은 특이해서 월세라는 현금 흐름이 아닌, 보유기간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전세금의 상승분이 현금 흐름을 대신하는 구조다. 이번 역전세와 관련된 보증금반환대출은 향후 발생할 전세 상승분으로 원금 상환이 이뤄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역전세는 단기적인 유동성의 문제이므로 전세금 반환을 위해 매각을 강요할 문제가 아니다.

전세금반환대출 상환의 근원이 될 전세금의 상승분은 회계장부상으론 부채의 증가지만 임대인에게는 향후 주택 매각 시 발생할 자본차익 일부를 먼저 취득하는 기능을 한다. 필자가 임대인들을 대상으로 2013년 실시한 설문 결과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보유기간은 10년 이상이 평균치이고 보유기간 동안 전세금은 평균 두 배 이상 되었다. 현재 전세금의 40%는 최초 매입 시 안고 매입한 전세금이었고, 23%는 다른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활용했으며, 14%는 대출금 상환, 12%는 소비로 쓰였다. 은행에 예금한 금액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역전세에 대비해 보증금을 손에 쥐고 있는 임대인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제도의 향후 관리와 관련하여 사금융인 전세 및 보증금을 제도권 금융에서 흡수하자는 주장에 필자도 동의한다. 다만 그런 과정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와 임차인들의 월세 부담이 늘어나는 월세화 과정이 동반되므로 점진적이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임대인 대출 규제 완화는 사금융을 제도권 금융으로 대체하는 국내 전·월세시장 개조 작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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