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다양성이란 무엇인가. 소수 인종을 입학 사정에서 우대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고 한 미국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다. 하버드대는 성적 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백인 위주로 뽑게 돼 다양성이 훼손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소수 인종을 우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게 틀렸다고 판결했다. "학생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인종이 아니라 경험을 기준으로 학생을 뽑으라는 뜻이다. 다양성을 보는 양측의 관점이 달랐던 것이다.
오래전 필자는 스콧 E 페이지 미국 미시간대 교수에게 다양성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아직 답이 확립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를 풀려면 똑똑한 사람들보다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입증한 석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다양성을 '인지적 다양성'으로 정의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종은 다양성과 관련이 없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인종·성에서 비롯되는 자기 정체성은 인지적 다양성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사건을 보는 관점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했다. 흑인과 여성을 뽑아 정체성 측면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버드대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듯싶다. 판결이 나온 당일 '다양성'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달려 있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입 지원자가 인종이 자기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하는 것을 반드시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버드대가 어떤 식으로 인종적 다양성을 높여 나갈지 주목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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