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력 시위 왜?···누적된 차별과 경찰 폭력이 불씨 제공

정원식 기자 2023. 7.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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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최루 가스를 쏘자 시위대가 달아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엘’로 알려진 북아프리카계 10대 프랑스 청소년이 교통 단속을 피하려다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기관과 상점을 습격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배경에는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오랜 차별과 고질적인 경찰 폭력이 자리잡고 있다.

3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밤부터 시작해 5일째 이어졌던 폭력 시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크게 잦아들었다.

프랑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밤사이 체포된 이들은 157명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체포된 인원 719명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 새벽 사이에는 1311명이 체포된 바 있다.

dpa통신은 “리용시 등 일부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접근하는 극우 활동가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 가스를 쏘긴 했으나 6일째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폭력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고 3일 새벽까지 큰 충돌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진압 병력을 4만5000여명으로 늘린 데다 나엘의 할머니가 2일 시위대를 향해 폭력 중단을 호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폭력 시위의 불길이 타오를지 예단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방리유(대도시 외곽 지역) 거주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차별과 경찰 폭력의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엘이 사망한 낭테르 역시 파리 교외 방리유에 속한다.

2005년 프랑스 파리 방리유에서 경찰에 쫓기던 10대 청소년 2명이 변전소 담장을 넘다 감전사하는 사건으로 3주 동안 격렬한 폭력 시위가 벌어지면서 프랑스는 방리유 개발과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차별 시정을 약속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뉴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5여년 동안 교통 인프라 개선 등 방리유 개발에 약 500억유로(71조원)가 투입됐다. 파리의 경우 2024년 올림픽이 치러질 경기장 대부분이 파리 북쪽의 대표적 방리유인 생드니에 건설되고 있다.

아프리카계·아랍계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5년 폭동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의 빈곤율은 현재도 전국 평균보다 약 3배가량 높다. 1990년 40%였던 클리시수부아의 이민자 비중도 59%까지 늘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또는 흑인 청년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을 가능성이 2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몽테뉴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방리유 거주민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보다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세 배 더 높았다.

아프리카계·아랍계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대응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아다마 트라오레(당시 24세)가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체포돼 연행되던 중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경찰들이 연행 과정에서 체중을 실어 트라오레의 몸을 짓누른 것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

2017년에는 테오도르(당시 22세)라는 이름의 청년이 경찰 네 명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특히 경찰 중 한 명이 곤봉으로 테오도르의 엉덩이를 찔러 항문이 파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됐다.

2020년 1월에는 배달 노동자 세드릭 슈비아(당시 42세)가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교통단속을 하던 경찰에 의해 목을 눌려 질식사했다. 슈비아는 일곱차례나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가해 경찰은 팔을 풀지 않았다.

같은해 11월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경찰을 발견하고 작업실로 들어간 음악 프로듀서 미셸 제클레르(당시 41세)를 경찰관 3명이 작업실에 따라 들어가 10여분 동안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작업실에 최루탄까지 던졌다.

낭테르에 사는 한 20대 청년은 2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우리는 똑같은 일을 겪는다. 경찰이 우리를 멈춰 세우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고 안에서 뭔가가 맺힌다”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그 분노를 표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정교 분리에 기반한 공화주의 이념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민자들과의 공존 대신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 정책을 추구해온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랑스는 통합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지만 무슬림 주민들은 이를 무슬림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 앤드루 허시는 가디언 일요판 옵저버에 기고한 글에서 “분노는 궁극적으로 ‘자유, 평등, 박애’라는 민주주의의 이상, 즉 공화국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방리유의 소외된 인구 상당수가 이 같은 이상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거나 단순히 거짓말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폭력 시위는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이웃 국가로도 옮겨붙고 있다. 지난 1일 스위스 로잔에서 약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로잔 인구 80%가량이 프랑스어 사용자들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많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져 10여명이 체포됐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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